무디스, 美신용등급 강등...셀아메리카 재개되나

입력 2025-05-17 10:50   수정 2025-05-17 12:54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무디스 조치로 미 국채와 달러 가치 등이 하락하는 '셀 아메리카'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뉴욕 금융시장 마감후 낸 등급 변경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다”며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美 국가부채, 경제규모 1.2배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달러(약 5경740조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23%다. 국가부채가 경제 규모의 1.2재가 넘는 것이다.

미국 국가부채가 이렇게 막대하게 불어난 것은 연방정부가 장기간 재정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재정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2019~2021년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급증했다. 수입에 비해 씀씀이가 커지면서 재정적자가 커졌따. 2024 회계연도 한 해 재정적자만 1조830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로 줄어드는 수입을 관세로 충당하고 지출 절감을 하면 된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해 최근 발의한 세제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간 3조8000억달러 상당의 감세가 이뤄지고 국가부채가 2조500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자 비용을 포함한 연방정부의 의무지출이 전체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채 매도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가며 시장이 패닉 반응을 보인 탓이다.

무디스는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디스는 그동안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피치는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한 바 있다. S&P는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자료:미국 재무부

○시장 영향 촉각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한편에선 이번 무디스 조치가 시장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에 근거한게 아닌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선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조지프 라보르냐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등급 수정 발표 시기에 대해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하며 무디스가 가정한 세수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였던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강등 조치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 Aaa가 아니라면 어떤 자산이 그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겨냥해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잔디는 2016년부터 트럼프를 반대해온 인물"이라며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 다만, 이는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신용평가를 수행한 무디스 레이팅스와는 별개 회사인 점을 고려하지 않은 반응으로 풀이된다.

일부 월가 거물들은 과거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해당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AAA(피치의 최고등급)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당시 인터뷰에서 "세상엔 사람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있다"라며 "이번 일이 바로 그러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무디스의 강등 결정 배경을 경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이번 강등 조치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미 국채의 신뢰성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미 국채값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헤지펀드 톨루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스펜서 하키미안 최고경영자(CEO)는 "무디스의 등급 하향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미국의 재정적 무책임의 연장선에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에 더 높은 차입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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