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값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시끄럽다. 글로벌 제약시장에 적잖은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국내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별 영향이 없을 거라던 낙관론이 우세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손익계산서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경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의약품 위탁생산 업계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꽤 혼란스럽다는 눈치다. 이번 조치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대응을 예단하기 어려워서다. 자칫 신약 판매가 위축되기라도 하면 국내 위탁생산 업체들은 수주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단가 인하 요구도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단가 인하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반 제조업에서는 보편화돼가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각국 정부의 허가 기준이 다르고 의약품 안전성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관세 직격탄을 피하려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도 쉽지 않다. 10만L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공장 건설에 2조원이 드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완공이 어려운 것도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까지 유탄을 걱정하게 생겼다. 트럼프 정부의 신약 가격 인하 압박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기술 수출 낭보가 갑자기 뚝 끊겨버릴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3억59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였다. 미국 의약품 전체 수입액의 1%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수치다. K바이오가 갈 길이 그만큼 멀다는 얘기다.
바이오벤처들은 높아진 상장 문턱과 자금난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지 오래다. 이런데도 바이오 육성 대책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대선 후보는 아직 없다. K바이오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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