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국가 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자국 국채와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를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가 부채는 현재 36조2200억달러(약 5경740조원)에 달한다. 2004회계연도만 해도 국가부채가 7조3000억달러대였는데 20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 재정수입보다 재정지출이 컸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재정 수입보다 빠르게 늘었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출이 급증했다. 국가 부채는 미국 경제 규모의 1.2배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공약하면서다. 감세로 줄어드는 수입을 관세로 충당하고 지출을 절감하면 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지만 시장에선 쉽게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디스는 그동안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다. 피치는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고 S&P는 2011년 AAA에서 AA+로 내렸다. 2011년 강등 당시에는 S&P500지수가 며칠 사이 15% 폭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미국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시장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무디스는 2023년 11월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강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무디스의 강등 결정 배경을 경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국채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최근 무역 전쟁으로 훼손된 미국의 ‘예외적 지위’에 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과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자산 매도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맥스 고크만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솔루션 최고투자책임자는 “대형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다른 안전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달러 약세를 심화하고 미국 주식의 매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미국과의 교역이 많은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경제/김익환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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