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 이전 어린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많이 사용할수록 우울 증상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 샌프란시스코) 제이슨 나가타 교수팀은 22일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9~10세 어린이 1만2000여명의 SNS 사용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추적 관찰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나가타 교수는 "SNS가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단지 기저의 우울 증상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결과는 SNS가 우울 증상 발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6년 10월~2018년 10월 21개 연구기관이 진행한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BCDS tudy)에 참여한 9~10세 어린이 1만1876명을 대상으로 SNS 사용 시간과 우울 증상 등 관계를 3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기간에 아이들의 SNS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7분에서 73분으로 증가했으며, 이들의 우울 증상은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 사용 시간과 우울 증상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구 1년 차에서 2년 차 기간과 2년 차에서 3년 차 기간에서 모두 SNS 사용 시간이 평균치를 넘어서서 증가할 경우 우울 증상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역으로 우울 증상이 SNS 사용 시간을 증가시키는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SNS를 통해 펼쳐지는 '사이버불링'으로 불리는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연구팀이 같은 참가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 11~12세 아이들이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경우 1년 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이 2.62배 높았고, 마리화나나 담배, 술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1.92~4.65배 높았다.
연구팀은 SNS가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SNS가 우울 증상이나 위험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는 이 결과가 어린이들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나가타 교수는 "식사 시간이나 잠자기 전처럼 가족 모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는 않는 시간을 정하는 것 등이 건강한 디지털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어린이들의 정신 건강을 우려해 SNS 사용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난 3월 만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SNS 회사들은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존 SNS 계정을 폐쇄해야 하고, 계정의 정보 역시 삭제된다. SNS 플랫폼이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 건당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민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은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덴마크는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Folkeskole·폴케스콜레) 내 7~16세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고 올해 2월 발표했다. 아동·청소년의 삶이 디지털화되는 것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아날로그 생활과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다.
덴마크 교육부 장관은 "학교를 교육 공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며 "학교는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지 침실의 연장선이어선 안 된다"며 현행법을 개정해 학생들이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도록 강제한다는 방침이다. 단 특수교육이 필요한 어린이에 대해선 예외를 둔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최근 뉴질랜드·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교내 스마트폰 소지를 금지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이 활발하다. 프랑스는 지난해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 의뢰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법안의 입법을 검토 중이고, 노르웨이는 최근 SNS 사용 최소 연령을 15세로 제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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