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행위에서의 정상가격의 증명 [Lawyer's View]

입력 2025-05-28 14:14  

이 기사는 05월 28일 14: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당지원행위의 규제는 1996. 12. 30.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 도입되어 1997.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그 유형으로는 크게 ①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거래하여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대가성 지원행위), ②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여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규모성 지원행위), ③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지원객체를 매개로 거래하여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거래단계 추가행위)로 나누어진다고 일반적으로 일컬어진다.

대법원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에서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하거나 거쳐서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0두36267 판결)고 하여, 급부와 반대급부가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정상가격’의 개념을 사용하여 판단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또는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정상가격’이 중요한 기준이 되나, 정상가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급부와 반대급부의 내용, 지원객체의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 수행 여부,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지원객체가 해당 행위를 통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제공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1두49444 판결)고 하여, 정상가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데, 이를 두고 정상가격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부당지원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한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다.

부당지원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지원의도라는 주관적인 요건 외에,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이라는 객관적인 요건이 충족될 것이 필요한데, 정상가격은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대가성 지원행위에 있어서 부당지원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요소로 기능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기 때문에,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는 이러한 이해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하여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당해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먼저 당해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당해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4두8568 판결 등 참조)하면서 특히 대가성 지원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정상가격에 대한 증명은 엄격히 요구하여 왔다.

그런데 과거에도 대법원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의 거래가격이 정상가격보다 높거나 낮은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정상가격의 구체적인 수준을 반드시 증명하지 않더라도 위 거래가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다. 지원객체인 회사가 IMF사태 등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퇴출 직전인 상태에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주거나 기업어음을 인수해준 행위(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3281 판결, 2006. 2. 10. 선고 2003두15171 판결) 등에 관한 사안에서 위 신주 또는 기업어음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를 굳이 산출해보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들이 있고, 그밖에도 지원객체인 회사가 극심한 재무상태의 악화와 사업부진으로 인하여 퇴출되기 직전인 상태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두6099 판결, 2006. 4. 12. 선고 2004두12315 판결)도 있다.

학계에서는 적어도 대가성 지원행위에서는 정상가격의 증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에서부터 대가성뿐만 아니라 규모성 등 모든 유형의 지원행위를 판단하는 데 정상가격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견해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적어도 대가성 지원행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정상가격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법원이 정상가격의 구체적인 증명이 없어도 (대가성)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대가성 지원행위를 판단하는 데 정상가격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각 사안에서 정상가격의 구체적인 증명이 없더라도 그 거래행위가 정상가격을 현저히 또는 상당히 벗어났다는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의 판시들이 있었던 판결의 사안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해당 거래들이 정상가격을 크게 이탈한 수준에서 거래되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들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대법원이 부당지원행위, 특히 대가성 지원행위에서 정상가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는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를 한 것이라면 이는 기존 판례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면 이러한 판단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정상이 얼마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비정상’ 또는 ‘이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소송법상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위와 같이 정상가격의 구체적인 증명이 없이도 (대가성)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한 사례들은 정상가격의 수준 내지 정상가격과 당해 거래의 거래조건이 상당히 또는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 정도로 판단하여 구체적인 정상가격의 증명을 생략하는 것을 용인한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최근 대법원의 위 판결들을 근거로 정상가격의 구체적인 증명이 없더라도 부당지원행위, 특히 대가성 지원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는 입장에서, 위와 같은 주장이 가능하려면 우선 급부와 반대급부가 그 자체로 현저히 또는 상당히 불균형으로 이루는 것이 명백한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지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규모성 지원행위의 성립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당해 거래의 규모가 정상적인 거래의 규모를 현저히 또는 부당히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 및 그와 같은 거래를 통하여 거래상대방에게 과다한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증명까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규모성 지원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거래규모가 크다, 많다는 것을 넘어 그러한 거래규모가 정상적인 거래규모를 현저히 또는 상당히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거래를 통하여 거래상대방에게 과다한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었는지의 여부가 문제의 초점이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당지원행위는 어디까지나 급부와 반대급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을 문제삼는 것이고, 이러한 불균형은 법원이 일반적인 평균인의 관점에서 당연히 알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당지원행위를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i>*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