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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겁쟁이 트럼프' 매매 기법

입력 2025-05-29 00:16   수정 2025-05-29 00: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무역 협상의 진전이 없다”며 다음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중국과의 휴전 이후 잠잠해진 줄 알았던 관세전쟁이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날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만에 “좋은 합의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관세 부과를 7월 9일로 미뤘다. 이 소식에 27일 증시가 급반등하자 “타코(TACO) 트레이드가 성공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TACO는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의 약자로, 2018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들이 처음 사용했다. 강경한 관세 공세로 시장을 뒤흔들다가 막판에 후퇴하는 트럼프 정책 패턴을 풍자했다. 1기 때도 그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큰소리쳤다가 실행 직전에 유예하거나 철회하곤 했다.

2기 들어서도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기세등등하게 중국산 수입품에 14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이 즉각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증시가 급락하자 오래 버티지 못했다. 지난 12일 중국과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고 관세를 30%로 인하했다. 이 과정에서 급락한 증시는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이후 트럼프 정책 리스크로 주가가 내리면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었다.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에 베팅하는 타코 트레이드가 하나의 매매 기법이 됐다. 치킨은 닭이지만 ‘치킨 게임’ 등에서 겁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미국 대통령이 금융시장에서 겁쟁이로 조롱받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세계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무역전쟁을 건 중국과의 기세 싸움에서 밀렸고,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장으로 끌어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는 점차 그의 ‘양치기 소년’ 식 발언에 둔감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협상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라고 조언했지만, 이제 세계 각국은 더 이상 크게 겁을 먹지 않는 것 같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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