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지시로 주한 미국대사관이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해 미국 유학 준비생들에게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오는 8~9월 미국 대학 개강을 앞둔 유학생들은 인터뷰를 못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국내 유학업체와 인터넷 카페 등에선 “미국 대학에서 입학을 허가받았어도 비자가 없으면 출국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비자 연기로 입국 못하나”
이번 인터뷰 일시 중단 대상은 학생(F), 교환방문(J), 직업훈련(M) 비자다. F 비자는 미 대학에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하려는 학생이 받아야 하는 비자다. M 비자는 직업 훈련을 받으려는 사람이 취득해야 하고, J 비자는 교육·예술·과학 분야 교류를 위한 연구자·학생 등이 대상이다.이번 조치는 미국 유학생 등의 비자 발급을 결정하기 전 SNS 활동을 심사해 ‘반유대주의’ 성향 학생을 걸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NS 검증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입수한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테러리스트를 차단하고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해’ 검증한다고만 언급돼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인스타그램, X, 틱톡 등 플랫폼에서 비자 신청자의 게시물, 공유 내용, 댓글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유학생들은 8~9월 미국 대학의 새 학기 전까지 미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올가을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A씨는 “새 학기까지 두 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지만 비자 발급이 미뤄져 학교에 늦게 들어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언제쯤 인터뷰를 재개할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내 유학 업체들은 유학 준비생들에게 “자신의 SNS를 점검하고 문제 될 만한 게시물은 삭제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4만3000여 명으로 인도(약 33만 명)와 중국(약 27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반유대주의 학생’ 차단 목적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 내에서 반(反)유대주의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SNS 심사 요건을 도입했다. 이번 미 국무부 조치는 이 같은 SNS 검사를 미국에 오려는 모든 유학생과 교환방문자 등으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모든 주권국가는 (그 나라에) 누가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SNS 심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SNS 심사가 확대되면 유학생의 반유대주의뿐 아니라 반미(反美), 반트럼프 게시물도 심사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처가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에 재정 부담을 주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버드대 재학생 중 27%인 6800명가량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폴리티코는 “외국인 학생에게 크게 의존해 재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많은 대학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 등 주요 명문대에 반유대주의 척결을 명분으로 학내 인사 등의 정부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우수한 해외 인재가 유럽과 같은 경쟁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과학을 위해 유럽으로’라는 전략을 내세워 미국 과학 연구자 유치에 나섰다. 일본도 미국의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하버드대 유학생이 발생하면 일본 대학에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각 대학에 요청했다. 홍콩도 미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김동현/배성수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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