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은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세계 무역 질서 재편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국인 한국은 다자 무역주의의 마지막 수호자가 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규칙 기반의 자유무역이 중요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오타와 그룹’을 주도하는 캐나다의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타와 그룹은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 호주, 브라질, 유럽연합(EU), 영국 등 1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WTO 내 소그룹이다. 서방국 중심 모임이지만 필요한 경우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한국도 다양한 논의의 틀을 마련해 우리가 원하는 무역 질서를 관철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중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자주의 경제협정에 추가 가입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나희량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 시장을 넓히고, 필요하다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해야 한다”며 “한국이 일본과 가깝게 지내겠다고 하면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치동맹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여전히 중요하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념을 떠나 중국의 공급망 장악을 막을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며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게 항상 한국의 안보·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준엽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인도,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게 미·중의 압력을 완화할 방안”이라고 했다.
새 정부는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전까지 한·미 관세 협상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는 “미국산 쌀·소고기 수입, 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 비관세 장벽은 해소하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와 조선 협력 등은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식으로 눈앞의 관세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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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나희량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이준 산업연구원 부원장, 이준엽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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