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목별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를 둔다. 트럼프 1기부터 적용된 만큼 법적 리스크는 훨씬 적다. 상대국 상품 전체에 부과할 수 있었던 상호관세에 비하면 품이 많이 들지만 각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업을 타깃으로 삼은 후 협상을 통해 일부 관세율을 낮춰주거나 해제하겠다고 유인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이 같은 전략에 취약하다.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인 자동차와 반도체는 대미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상호관세(25%) 근거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나 반도체 관세를 더 높이면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조치로 기업에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키는 대로 품목관세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기본 25%’라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관세는 이미 대미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에 25% 일괄관세가 부과된 후 한국산 철강재의 미국 수출 가격은 열연강판 기준 t당 2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생산·유통되는 미국산 열연강판보다 한국산 가격이 t당 약 5만원 더 비싸졌다.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3월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재는 23만9000t으로, 전년 동기(27만8000t) 대비 약 14% 줄었다. 4~5월 감소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 계획이 있지만 공장 완공까지는 3~4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배짱’을 부리는 것은 미국의 철강 생산으로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으로 작년 2859만t을 수입(시장 점유율 23%·미국철강협회 자료)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쌀 뿐 미국 내 생산 가능 물량도 적지 않다. 미국의 철강 생산량은 연 7950만t으로 평균 수요(연 9500만t)의 약 83.6%지만 가동률이 7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100% 가동을 가정하고 신규 투자가 이어지면 내수로 대부분 채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관세가 50%까지 오르면 한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사실상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진원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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