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병원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중국산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의료기기 조달 계약 중 87%가 외국 제품에 대해 직·간접적인 차별 조항을 담고 있으며 고성능 장비를 포함한 주요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에 따라 고성능 의료기기를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구매 비중을 2025년까지 70%, 2030년까지는 9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조달 데이터 플랫폼 오픈텐더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지난해 EU 공공조달 시장의 38.9%를 차지했다. 관련 시장 중 가장 큰 부문이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EU가 지난해 중국에서 사들인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주사기 등 의료기기는 총 52억유로(약 7조6000억원)에 달했다. EU 집행위는 2015~2023년 중국산 의료기기 수입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IPI는 EU가 일방적으로 도입한 수단이며 중국 기업만 겨냥한 적용은 EU가 내세우는 공정성과 개방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도 열려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EU와 중국은 전기자동차, 타이어, 합판 등 다양한 품목에서 반덤핑 조사와 보복 관세를 주고받았다. 중국은 최근 EU산 브랜디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돼지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EU는 당분간 ‘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을 유지하며 희토류와 의료·기술 장비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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