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4일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대법관 증원법과 관련해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신중한 논의를 요구했다. 법 개정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당도 법 개정 후속 절차를 일단 보류하고 법원과의 협의에 방점을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증원이 사법부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재판 지연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 문제”라며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고, 오랫동안 논의해 온 문제인 만큼 법원행정처를 통해 (국회에 법원 입장을) 좀 더 설명하고 계속해서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이재명 정부에서 새 대법관이 모두 임명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계속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사위는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김용민 의원 발의)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신규 대법관 16명을 연간 4명씩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법안 공포 후 1년간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법사위는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대법관 증원법을 일괄 처리하기로 했으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전체회의는 유보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직접 목소리를 낸 것도 법사위 소위 이후 절차가 가속화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전날 소위에 참석해 대법관 증원이 졸속으로 추진되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증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의견을 보태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임기 내에 과반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하면 대법원의 정치적 편향성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며 “임명 전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편파적 인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서우/허란/황동진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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