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고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이제 ‘나보다 인공지능을 잘 쓰는 누군가가 내 직업을 뺏는다’는 고민을 해야 할 때죠.”
12일(현지시간) 폐막한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2025’에서 지투 파텔 시스코 총괄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불과 3년 만에 AI가 인격체처럼 진화했다”며 올해 비장의 카드로 ‘AI 캔버스’를 소개했다. 마치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가듯 인간과 AI가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다. 파텔 사장은 “AI를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이 아니라 동료로 인정하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단언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보안 분야 ‘빅3’로 꼽히는 시스코는 지난해 말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약 6개월 만에 결과물이 공개된 올해 콘퍼런스엔 작년의 두 배에 달하는 2만2000여 명의 개발자가 몰렸다. AI 시대의 보안과 관련해 시스코가 제시한 핵심 개념은 ‘제로 트러스트’다. 제로 트러스트란 네트워크 내·외부의 모든 사용자, 장치에 대한 접근 권한을 명시적인 필요성이 확인될 때까지 부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제로 트러스트 보안도 AI 시대에 맞춰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인간뿐만 아니라 기기와 AI까지 모두 잠재적 위협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스코가 새롭게 공개한 AI 보안 서비스 ‘유니버설 ZTNA’는 인간과 기기, AI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 장비에 모두 지문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보고된다.
이날 현장에서 개발자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서비스는 AI 캔버스다. AI를 단순 질문용 챗봇 및 분석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함께 일하는 ‘직원’으로 진화시켰다. 오는 10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기조연설에서 파텔 사장은 AI 캔버스와 함께 딥 네트워크 모델도 공개했다. 네트워크의 트래픽 흐름, 장애 여부, 성능 저하, 보안 위협 등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AI 엔진이다. 파텔 사장은 “AI가 실시간으로 해당 내용을 예측해주면 운영자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I가 비정상 트래픽, 신종 해킹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한 뒤 자동으로 방어 조치에 들어가는 식이다.시스코는 지난 2년간 머신러닝,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CX 전환에 주력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 행동을 예측하고, LLM으로는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는 ‘대화형 챗봇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올리버 투직 시스코 글로벌 세일즈부문 부사장은 “에이전틱 AI로 고객 경험을 ‘초개인화’하는 게 가장 큰 사업 목표”라며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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