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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감축 없이 생존불가! AI發 정리해고도 가능할까

입력 2025-06-17 14:37  



최근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명이라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특히 MS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전체 감원 인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AI 기반의 코드 작성 및 분석 도구가 확산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할이 상당 부분 자동화됨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AI는 저년차 개발자의 코딩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고, MS는 이미 코드의 30%가 AI에 의하여 작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AI의 인력 대체 추세는 현재 보여지는 AI의 무시무시한 발전속도와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바, MS 이외에 메타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AI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AI로 대체될 수 있는 인력들에 대한 대규모 감원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는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임의고용제도(At-will employment)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AI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기존의 많은 인력들이 잉여인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장래 AI의 발달과 그 도입 등을 이유로 하여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가 법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리해고 하려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④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건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의미에 관하여 판례는 그동안 상당한 정도의 변화를 보여왔다. 대법원은 처음으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판단한 1989년 판결에서는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보아 이른바 '도산회피설'을 채택하였는데(대법원 1989. 5. 23. 선고 87다카2132 판결), 이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회사가 도산할 위기에 처한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허용한다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요건을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보아야 한다고 그 기준을 완화하였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8647 판결). 사업물량의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해당 사업부의 업종을 폐지·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잉여인력을 감축한 경우(대법원 1997. 9. 5. 선고 96누8031 판결), 특정 사업부의 노사분규로 인하여 해당 사업부에 투자한 자본금이 잠식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경우(대법원 1992. 5. 12. 선고 90누9421 판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어 IMF를 겪으며 기업의 경영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이후인 2002년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이로써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인정 범위는 상당히 확대되었으며, 동종업계의 경기전망 악화, 일부 사업부의 경영 악화가 장래에 기업전체의 경영악화를 초래할 우려, 경쟁업체와의 기술경쟁에서 후퇴하여 경영위기 상황에 이를 우려 등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유무의 판단에 근거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강관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가 시행한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판단한 사안에서 위 회사의 경우 정리해고 무렵 (1) 국제 원유 가격 하락, 미국 내 에너지 산업 침체 등 회사가 영위하는 산업 자체의 동향, (2)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한 회계법인의 검토 의견, (3) 실제 회사의 부진한 매출 수준, (4) 회사의 단기차입금 규모 증가 및 회사 재산에 대한 매각공고 등의 사정을 들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요건을 인정하였고, "지속적인 적자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두71604 판결), 이는 기존의 판단 기준에서 한 걸음 더 확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위와 같은 판례의 문언과는 별개로 법원은 실제 사례에 있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기업이 일정 수의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악화 또는 기업재정상의 어려움이 계속적으로 누적되어 왔고 장래에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개연성(객관적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순수하게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의 적법성이 인정된 사안은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워 막연히 해당 산업의 경기 악화, 기술경쟁을 위한 선조치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리라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리해고에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인정 범위는 점점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장기간의 적자 누적이나 도산의 위험성이 없더라도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실제 사례에서 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함에 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AI 기술 발달만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 업종에서 AI 발달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력 감축이 현실화되고, 우리 기업도 AI 대체를 통한 인력 감축을 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면 법원도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① 동종업계의 일반적인 경영상황 악화, ② 매출부진의 정도와 지속성, ③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산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실제 경영지표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정리해고 문제는 기술 변화의 속도와 법적 해석의 변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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