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정책의 그늘…미군 도운 아프간인들 콩고 이주 추진

입력 2026-04-22 11:23  

트럼프 이민정책의 그늘…미군 도운 아프간인들 콩고 이주 추진
구호단체 "협력자 배신하면 앞으로 누가 미국과 함께 싸우겠나" 비판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에 협력한 현지인들을 인권 침해가 심각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민주콩고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아프가니스탄인 1천100여명은 현재 카타르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통역 등으로 미군에 협력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다.
이주 대상자 중에는 400여명의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말 보안 심사 등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에 정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들을 카타르의 캠프 아스 사일리야(Camp As Sayliyah)로 이동시켰다. 이 캠프는 과거 미군 기지로 활용됐던 곳이다.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한 2021년부터 2025년 중반까지 약 19만여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을 보안 심사 등을 거쳐 미국에 정착시킨 바 있다.
하지만 초강경 이민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미국 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이들은 국제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이 주방위군 병사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지자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총격 사건 피의자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협력한 뒤 망명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영리 구호단체인 아프간에박(AfghanEvac)의 숀 반다이버 회장은 "미 국무부 관계자로부터 민주콩고 이주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이 계획에 따르면 콩고로 이주하거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인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콩고 당국은 이런 계획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반다이버 회장은 미 행정부가 민주콩고 이외에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콩고 이주 대상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은 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콩고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며 자발적으로 이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영리단체 '노 원 레프트 비하인드'(No One Left Behind)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앤드루 설리번은 "보안 심사 등을 통과한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은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재정착이 안된다면 안전이 보장되고 인권 침해가 없는 제3국으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인권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직 외교관 리나 애미리는 "미국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미국이 배신한다면 앞으로 누가 미국과 함께 싸워주겠냐"며 미 정부의 이주 계획을 비판했다.
youngb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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