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동일 가중 분산 투자한 전략이 최근 5년간 코스피 수익률을 4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성과만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해 투자 종목을 구성한 전략이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돈 것이다. 위축된 ESG 펀드 시장에 전략적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스틴베스트는 매년 6월과 11월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성과를 평가하고, 총 7등급(AA, A, BB, B, C, D, E)으로 구분한다. 이 등급을 기준으로 상위 기업을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에 포함하고, 하위 기업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평가 항목은 ESG 전 영역을 포함한다.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코스피 종목을 대상으로 ESG 등급을 기준으로 상·하위 기업을 선별해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비교·분석했다. ESG 평가 결과를 활용해 상위 2개 등급(AA, A) 종목으로 구성한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연평균 8.82%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위 2개 등급(D, E) 종목을 제외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6.32%, 전체 코스피는 1.98% 수익률에 그쳤다.
동일 가중 방식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포트 구성 시 시가총액 비중을 반영하지 않고 모든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담는 방식이다. 대형주 위주인 코스피와 달리 중소형주의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다. 서스틴베스트는 ESG 등급 부여 시 기업 규모 편향 없이 평가 지표를 정량화했으며, 이 점이 동일 가중 전략의 수익률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 LG화학 등 시총 상위 종목은 ESG 등급이 낮아 포지티브 스크리닝 포트폴리오에서 빠지면서 2021~2022년 기술주 부진 국면에서 성과 방어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B 또는 BB등급을 받아 포지티브 전략에 포함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A등급으로 편입됐으나, 동일 가중 방식으로 인해 수익률 반영 비중이 낮았다.
시장 국면별 성과에서도 ESG 전략은 일관성을 보였다. 보고서는 최근 5년을 5개 구간으로 나눠 시장 추세와 전략별 수익률을 비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코스피가 급락했던 2020년 1분기, 경기 회복기였던 2020~2021년 상승장, 러·우전쟁과 금리인상으로 조정을 겪은 2022년, 2023~2024년 회복세, 2024년 하반기 조정기 등이다.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5개 구간 중 4개 구간에서 동일 가중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도 4개 구간에서 동일 가중 코스피를 상회하며 방어형 전략으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중 스크리닝, 수익률 더 높다
ESG 영역별 평가 정보를 추가 반영할 경우 성과는 더 향상됐다. 각 영역(E, S, G)에서 최하위(E) 등급을 받은 종목을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추가로 배제하는 방식이다. 이 조건을 적용한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기존 대비 0.1%p 상승한 8.92% 수익률을,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기존 대비 1.43%p 상승한 연평균 7.75% 수익률을 기록했다. ESG 성과가 가장 낮은 종목을 제거함으로써 하방 변동성과 손실 위험을 낮췄다는 해석이다.
배당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ESG 우수 기업 중심 포트폴리오는 우위였다. 2024년 기준 포지티브 전략에 포함된 종목 중 72.8%가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배당 성향도 20~60% 구간에 집중돼 안정적 현금흐름이 확보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0% 이상인 종목 비중도 82.9%에 달했다.
시장 전체를 반영한 주요 ESG 지수와 비교해도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수익률과 안정성 면에서 앞섰다. KRX ESG 리더스 150은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이 3.95%, 코스피200 ESG 지수는 4.29%에 불과했다.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이들 대비 최소 4%p 이상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 변동성 역시 기존 ESG 지수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ESG, ‘비재무’ 요소 아니다
보고서는 ESG 투자 전략이 ‘주가 변동이 적은 종목(저변동성)’, ‘재무 상태가 탄탄한 기업(퀄리티)’, ‘규모가 작은 기업(사이즈)’에 투자하는 기존의 투자 방식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ESG 등급이라는 비재무 팩터가 실질적 성과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ESG 펀드 시장은 위축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ESG 공모펀드는 총 204개이며, 이 중 국내주식형 펀드는 54개에 불과하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순자산은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1조6882억 원으로 줄었다. 시장 관심 저하와 공모펀드 전반의 부진, ESG 테마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보경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동일 가중 방식 덕분에 특정 대형주의 쏠림 현상을 피할 수 있었고, ESG 성과가 우수한 중소형주 비중을 늘린 것이 수익률 상승과 장기적 하방 리스크 축소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안정기에 접어든 국내 ESG 펀드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선 근본적 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분석이 운용사들이 ESG 전략을 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ESG 통합, 스크리닝, 테마형, 주주관여, 비중 조정(tilt) 전략 등으로 ESG 투자 전략을 분류하고 있다. 국내 ESG 공모펀드는 주로 통합 및 스크리닝 전략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 중 스크리닝 전략은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과 저조한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으로 나뉜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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