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쎄믹스는 한 번에 웨이퍼 한 장을 검사하는 싱글 프로버뿐 아니라 웨이퍼 여러 장을 동시에 검사하는 그룹 프로버 개발에도 성공했다. 창업주인 유완식 대표는 16일 “집적도를 끌어올려 싱글 프로버보다 생산성을 극대화한 그룹 프로버는 기술 진입장벽이 더 높다”며 “대량 생산을 원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꿈꾸는 회사 모습은 반도체 검사 장비의 절대 강자다. 이를 위해 프로버뿐 아니라 프로버 전용 테스트 장비 개발에도 나섰다. 그룹 프로버 전용 테스트기는 고속으로 전류를 처리해야 해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그룹 프로버는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전용 테스트 장비도 맞춤형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이 사용하고 싶어도 못 쓰는 측면이 있다”며 “쎄믹스가 수년째 개발 중인 그룹 프로버 전용 테스트 장비가 연내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648억원, 영업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나왔다. 유 대표는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선정한 올해 1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미국 마이크론이다. 유 대표는 2017년 처음 마이크론을 방문했다. 세계 최대 웨이퍼 테스트 콘퍼런스(SWTW)에서 그룹 프로버의 효율성을 발표한 때다. 당시 쎄믹스는 이 콘퍼런스에서 ‘최고 영감상’을 받았는데 마이크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마이크론에서 그룹 프로버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해서 마이크론 본사를 방문했다”며 “개발 전이라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 그룹 프로버 모형을 들고 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쎄믹스는 싱글 프로버, 그룹 프로버 수백 대를 마이크론에 납품했다.
유 대표는 “미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 수출하지만 최근엔 중국 기업에 수출이 늘고 있다”며 “올해 중국 수출만 1000억원으로 예상돼 올해 회사 매출이 지난해의 1.5배 수준인 4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의 다음 목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프로버를 개선하고 그룹 프로버의 테스트 장비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에 HBM용 프로버를 판매 중인데 테스트 시 발열을 최대한 낮추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2030년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장기적으로 ‘2조 클럽’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고부가가치 제품인 그룹 프로버와 전용 테스트 장비 판매가 늘기 시작하면 4년마다 매출이 두 배씩 증가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남=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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