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KDB생명 증자 계획을 보고했다. 산은이 KDB생명을 대상으로 재무 실사한 결과, 회사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적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선 3년간 9000억~1조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금리 하락과 미래에 발생할 손실계약 등 리스크 요인을 감안한 수치다.산은은 1조원을 한 번에 증자하지 않고 3년에 나눠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회계법인에 의뢰해 정밀 실사를 진행하고 있어 최종 증자 규모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KDB생명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져서다. 이 회사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은 1분기 말 -134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 3856억원에서 작년 말 613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시가로 평가한 부채가 급증하고 반대급부로 자본은 감소한 것이다. 과거 KDB생명이 판매한 고금리 계약이 부메랑이 돼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는 산은의 증자 계획을 보고받은 뒤 “여러 대안을 함께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무작정 증자만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산은이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산은이 KDB생명에 증자한 뒤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며 “단순 증자가 아니라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금융위는 ‘런오프’(run-off·계약이전) 전문회사 설립을 통한 정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도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복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3년간 나눠 증자하는 것보다는 일시에 자금을 투입한 뒤 재투자를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역량이 뛰어난 경영진을 영입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조직문화를 확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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