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조원.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모두 합한 금액(지난달 말 부동산R114 통계)이다.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SK하이닉스 시가총액(179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삼성전자 시총(350조원)마저 돌파할 기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범위를 확대하면 아파트값 총액은 721조원에 이른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의 42.7% 수준이다.서울 외곽 강북구는 어떨까. 아파트 총액은 13조4000억원가량이다. 강남구 인구(55만7000여 명)가 강북구(28만2000여 명)의 두 배 정도지만, 아파트값 총액은 22.6배에 달한다. 서울 내 ‘부동산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청약 시장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에선 청약자가 10명 미만인 단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전국 2만6422가구) 중 80%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시장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수준까지 왔다. 소득 양극화가 주거 양극화로 전이되면서 단순한 집값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 균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주택자와 청년층이 주거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고, 중산층 1주택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최우선 부동산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가장 방점을 찍어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지방 미분양 해결’(34%) ‘주택 공급 확대’(30%) ‘집값 안정’(12%) ‘국토 균형발전’(10%) 등을 꼽았다. 모두 양극화 해소와 관련 있는 정책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이슈는 이례적으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은 내비쳤지만, 원론적 수준에서 방향을 제시한 게 전부였다. 규제 중심이던 과거 진보 정부의 정책이 유권자의 반감을 크게 산 경험이 부담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취임사에는 ‘양극화’라는 단어가 두 차례 나온다.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새 정부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 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게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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