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직문화와 인재관리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보편적 조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리캡전략연구소가 숙명여대 연구팀과 국내 조직을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조용한 사직’은 직원이 실제로 조직을 떠나지는 않지만 직무 몰입 대신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자발적 헌신이나 추가 역할을 회피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약 8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리캡전략연구소 박지연 박사와 숙명여자대학교 남승하 교수 연구팀은 국내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를 통해, 조용한 사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업무과부하’는 오히려 조용한 사직을 낮추면서 이직 의도는 높이는 역설적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성원이 과중한 업무에 지쳐 ‘조용히 사직’할 여유조차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을 떠나려 하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실제 이직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조용한 사직’은 대안적 심리 전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한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 직무 수준이 낮다고 느끼는 ‘지각된 과잉자격’은 조용한 사직과 이직 의도를 모두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구성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여 업무 몰입을 저해하고 조용한 사직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경력 성장 기회가 부족한 것은 이직 의도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조용한 사직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용한 사직 수준은 연령이 증가하고 직위 및 근무 경력이 많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직업 가치관 변화와 조용한 사직 현상이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용한 사직의 평균 수준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이 현상이 특정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조직 행동임이 드러났다.
리캡전략연구소의 박지연 박사는 “고용 불안과 경제 위축으로 실제 이직의 실행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심리적 거리두기라는 대안적 전략으로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조직 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무-인재 적합도를 높이는 정교한 직무분석 ▲성과 기반의 공정한 평가·보상 체계 ▲개인의 경력가치에 기반한 맞춤형 업무지원 ▲경력경로 안내와 내부 채용 연계 시스템 구축 등 실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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