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제시했다. 이란이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항복’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란은 항전 태세를 보이는 동시에 미국, 영국·프랑스·독일과 ‘투트랙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인프라와 군 지도부가 상당 부분 무력화한 지금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군부가 마련한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지만 최종 명령은 보류한 상태다. 이란과의 전쟁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과거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때처럼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전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하 깊숙이 숨어 있는 이란 포르도의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완전 제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머뭇거리는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미국의 중동 분쟁 개입에 반발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일부 강경파는 벙커버스터 투하를 결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비공개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시작 이후 위트코프 특사와 아라그치 장관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보복도 멈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접고, 포르도 핵시설도 스스로 못 쓰게 만들길 원하고 있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CBS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업을 끝내는 것은 포르도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7일 “전투가 시작됐다. (이스라엘에) 자비는 없다”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협상이 틀어지면 이란이 미국과의 장기전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공격이냐, 협상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휴전을 종용하며 2주간의 시한을 줬다. 하지만 러시아가 응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략은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받거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암살당한다면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전날엔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속탄은 하나의 탄두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자탄이 들어 있는 폭탄이다. 폭발과 동시에 자탄이 사방으로 퍼진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번 분쟁에 따른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란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 내 사망자는 최소 24명이다. 미국 워싱턴의 이란 인권단체는 이란에서 민간인 263명을 포함해 최소 639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주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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