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내내 국내 증시는 글로벌 꼴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 순’, ‘미장(미국 증시)에선 세금을 내고 국장에선 원금을 낸다’ 같은 자조적 표현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미국 상호관세 정책, 국내 비상계엄 사태까지 이어지며 2021년 달성한 코스피지수 3000을 재탈환하는 일은 요원한 듯했다.
하지만 반전 드라마를 쓰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 관세 전쟁, 최악으로 치달은 중동 분쟁, 둔화하는 세계 경제 등 악재를 딛고 코스피지수는 올해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달성했다. 20일 3년6개월여 만에 다시 3000선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 2021년 증시 상승세의 원동력은 ‘동학개미’였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가면서 풀린 유동성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무서운 매수세를 보였다. 다시 3000선을 터치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개인에서 외국인 투자자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올해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한 외국인은 5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후 순매수한 금액이 5조9800억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달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자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 등 ‘비달러 자산’으로 빠르게 옮겨 가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이후 1개월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 자금 237억달러가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대신 아시아 시장에 40억5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아시아 가운데서도 한국 시장 유입액(34억9000만달러)이 가장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원화 절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 밑으로 내려가자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더욱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약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비달러 자산이 수혜를 보고 있다”며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부각되며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시행을 약속한 증시 부양 정책은 랠리에 불을 붙였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현되면 상장사의 배당금액도 대폭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전날 정부는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으며 내수 부양 기대를 키웠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코스피지수는 3주 만에 약 12% 급등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지난해 6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21.3%에 달했지만 이날은 12.21%에 불과했다. 1년 만에 9.09%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요 방산 업종 6개 종목(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풍산)과 조선 업종 4개 종목(HD현대중공업·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시총 합산액은 75조760억원에서 213조9640억원으로 138조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2283조원에서 2471조원으로 늘었다. 지난 1년간 유가증권시장 시총 증가액의 약 73%를 조선·방산 분야가 담당했다는 얘기다. 전력기기(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와 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 HBM(고대역폭메모리·SK하이닉스) 등도 증시 랠리에 힘을 보탰다. 지주사와 금융주 등도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수 상승을 도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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