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2014년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선언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설립된 지 4년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이 기술로 보나, 브랜드 파워로 보나 상대도 안 되는 글로벌 기업을 경쟁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랬다.
10여 년이 흐른 2025년, 샤오미는 그때 레이 회장의 말 그대로 됐다. 샤오미의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4%(출하량 기준)로 삼성(20%) 애플(19%)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밴드 시장에선 19%로 1위를 꿰찼다. 그사이 애플도 포기한 전기차를 내놨고, 삼성도 빌려 쓰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스스로 구축했다.
레이 회장은 이런 ‘샤오미 매직’을 이끈 사령탑이다. 샤오미(小米)의 로고 ‘미(MI)’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을 의미한다. 레이 회장이 정보기술(IT) 기기 제조를 넘어설 것을 꿈꿨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는 공공연하게 “하드웨어는 우리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전체 스마트폰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레이 회장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이자 벤처사업가다. 1969년 후베이성 셴타오에서 태어나 우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 졸업 후 백신 소프트웨어 회사 싼써(三色)공사를 창업했지만 얼마 못 가 실패했다. 1992년 소프트웨어 회사 킹소프트(金山)에 입사해 1998년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마흔 살 사업가를 다시 창업 전선으로 이끈 건 2007년 나온 애플 아이폰이다. 세상이 바뀌는 경험에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힘으로 아이폰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중국 IT업계는 ‘중국의 스티브 잡스’, ‘레이 잡스’란 별명을 붙여줬다.
레이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 기업인 중 한 명이다. 중국 SNS인 웨이보 팔로어만 2400만 명에 달한다. 업계에선 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자신의 SNS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걸 꼽는다. 지난해 3월 첫 전기차 SU7을 출시하면서 그가 직접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을 때 영상을 시청한 사람이 수천만 명에 달했다.
포브스는 레이 회장의 자산을 353억달러(약 48조5000억원)로 추정하며 중국 부자 순위 5위에 올렸다. 샤오미 주가가 지난 1년간 세 배 상승한 덕분이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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