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료들은 동네북 신세다. 전두환 정권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갖췄다는 이재명 정부에서 연일 터지고 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부처별로 돌아가면서 작심한 듯 군기를 잡고 있다. 전직 관료도 예외가 아니다. 한 국정기획위 위원은 관료 출신 금융지주 회장과 공공기관 수장을 줄줄이 거론하면서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어제의 엘리트는 오늘의 적폐가 됐다.국정기획위는 힘센 부처를 쪼개고 없애는 정부 조직 대수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대한민국 진짜성장’의 길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 이재명 정부의 초반 골든타임을 허비해 진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힘센 관료 조직을 벼르고 별렀던 결과로 해석된다. 관료 조직이 보신주의나 민관 유착, 전관예우, 부처 이기주의로 화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조직 개편 의도는 십분 이해되지만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거시적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중 등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기술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국가경제 컨트롤타워를 쪼개는 게 맞냐는 것이다. 예산처가 따로 떼내지면 부처 간 칸막이가 더 두터워져 되레 더 큰 권한이 주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도 재고해야 한다. 금융위가 액셀(산업 정책)과 브레이크(감독 기능)를 모두 갖고 있어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왔다. 라임펀드 사기 사건처럼 산업 진흥을 우선하다 보면 감독 기능이 소홀해져 금융사고가 터지고 소비자 피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액셀과 브레이크가 분리되면 운행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 조직 개편에 정답은 없다. 생각이 다 다르다. 누구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다면 조직 대수술은 자제하는 게 맞다. 효과는 장담할 수 없는데 관련법 재정비 및 업무 해석의 혼선, 규제기관 경쟁 촉발, 금융산업 후퇴 등 온갖 폐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용주의 기치를 내건 이재명 정부 초기에 성장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까 봐 걱정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시장 몫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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