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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제2의 애치슨 라인

입력 2025-06-22 17:21   수정 2025-06-23 00:11

몇 해 전부터 ‘제2의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직접적 계기는 주한미군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중국에 맞서기 어려운 우리가 중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여온 것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불쾌하다는 태도를 드러내자, 이 말이 부쩍 자주 들린다.

1950년 1월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를 따라 일본에 이르고 그 뒤엔 류큐 제도로 뻗는다. 이어서 필리핀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애치슨 라인’이라 불리게 된 이 방어선은 명시적으로 대만과 남한을 제외했다. 당연히, 애치슨 라인의 설정은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 정책을 부추겼다. 반년 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공화당 지도자 로버트 태프트 상원의원은 애치슨 라인이 공산주의자들에겐 “공격하라는 초대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애치슨 라인의 연원은 국무부가 1949년 8월에 발간한 <미국의 중국과의 관계>라는 백서였다. 이 백서의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극동국장 윌리엄 버터워스였는데, ‘중국 전문가들(China Hands)’이라 불린 국무부 요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공내전’에서 중국 공산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국민당 정부를 핍박해서 중국 대륙의 공산화를 이루어 낸 집단이었다. 소비에트 러시아의 첩자들로 암약한 미국인들을 밝혀낸 ‘베노나 문서(Venona Papers)’는 이 백서의 작성에 참여한 국무부 요원들이 모두 러시아 첩자였음을 증언한다.

애치슨은 이 백서를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추천했고, 트루먼은 그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애치슨은 행적으로 보아 러시아 첩자였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지만, ‘베노나 문서’에선 그의 실명이 확인되지 않는다. ‘베노나 문서’에 나오는 첩자들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실명이 확인됐다. 트루먼 자신은 분명히 러시아 첩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권 아래 러시아 첩자들이 장악한 백악관과 국무부를 물려받았고 결국 그들의 견해에 동조하게 됐다.

국무부 백서의 논지는 ‘미국으로선 장개석과 국민당 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했지만, 국민당 정부는 자신의 결함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지에 따라, 대만으로 물러난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를 버리고 모택동의 공산당 정부를 승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애치슨은 트루먼을 설득했다. 그리고 남한은 군사적 중요성이 없으니 포기하고 일본을 지키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50년 2월에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국무부의 러시아 첩자들이 외교 정책을 오도한다고 폭로하자, ‘누가 중국을 잃었나?(Who Lost China?)’ 논쟁이 일었고 트루먼은 궁지로 몰렸다. 그해 6월에 북한군이 남침하자, 트루먼은 즉시 남한을 돕기로 결정했고, 끝내 공산군을 물리쳤다. 이어 1953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서 한국의 안전을 보장했다.

따라서 ‘제2의 애치슨 라인’이 나오려면, 먼저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미국의 조약 폐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 11월엔 양국 외교·국방 장관들이 상호방위의 범위를 넓혀서 “어떤 상황에선 전산 및 우주 위협(cyber and space threats)도 상호방위의 범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조약을 발전적으로 해석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제2의 애치슨 라인’이 언급되는 사정은 주한미군의 축소 추세다. 그것은 미국 국력의 상대적 축소에서 나온 현상이며,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주제다. 그것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명확하니, 궁극적으로 미군의 감축은 우리 국방력의 강화로서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액(GDP)의 3%에도 못 미친다. 가장 호전적이고 핵무기까지 갖춘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위협을 상시적으로 받는 나라의 국방비로서는 걱정스러울 만큼 작다. 트럼프 대통령이 늘 불만스럽게 지적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제2의 애치슨 라인’을 들먹이는 것은 그런 사정을 흐려서 논의를 부적절한 방향으로 이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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