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공항 운영 공기업들이 ‘K-공항 수출’이라는 이름 아래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IIAC)와 한국공항공사(KAC)는 쿠웨이트 이라크 페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공항 개발과 운영 사업에 참여하며 국토교통부의 해외 인프라 수출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진출을 인프라 수출 전략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력 부족, 고위험 국가 리스크, 기술이전 초기단계에서의 불확실성, 공기업 내부의 사업 선호도 등 구조적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대형 사업 위주의 성과 중심 접근은 중소 사업 규모의 유망한 기회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2009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라크 아르빌국제공항에서 시작한 운영 컨설팅은 K-공항 수출의 마중물이 됐다. 치안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기술 전수와 시스템 설계, 운영 노하우 전파로 성공적인 해외 진출 모델을 제시했다.
페루 친체로 신공항 역시 도전적인 사례다. 한국공항공사는 정부 간 계약(G2G) 방식으로 사업관리(PMO)를 수행하고 있으며, 문화재 논란과 시공사 갈등 속에서도 현지 행정과의 접점을 조율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례는 공기업의 국제 협상력과 운영 지속성이 결합한 좋은 본보기다.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민관합작(PPP)으로 진출한 첫 사례다. 운영권 25년 확보라는 성과 뒤에는 초기 수익구조 불확실성과 운영 모델 조율이라는 도전이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협의와 현지 수요 분석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해외 공항사업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는 종합 외교 전략이다. K-공항 운영 기술은 단지 하드웨어가 아니라, 한국형 서비스 문화와 신뢰 기반 운영 철학까지 수출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공기업이 함께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해법 중 하나는 ‘해외공항 전문 자회사’ 설립이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의 모델처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산하에 소규모 정규 인력으로 운영되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실제 해외 파견은 공사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단위 계약직으로 구성하면 된다. 이는 인력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유지하는 이상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퇴직자 활용은 인력난 문제 해소에도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또한 단순히 ‘큰 사업’ 몇 개를 추진하는 것보다, ‘진출 국가의 다양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소수 성공 사례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교훈을 쌓아가는 전략적 확장이다. 보여주기식 실적이 아닌, 장기적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 인도네시아 칼리만탄공항 등에서도 제안이 있었지만, 인력과 리스크 문제로 무산되었다는 소식은 매우 안타깝다. 이러한 시행착오 속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전략적 결단이다. 공공기관 자회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넘어서, 원전 수출을 위한 한국수력원자력 모델처럼 전향적 정책 판단이 절실하다.
다만 공항건설과 운영컨설팅은 원전처럼 단일 사업이 아니고 수백 개 공항 중 수십 개 공항에 10명 이하의 한국인력과 기술을 파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큰 사업을 했는가’보다 ‘몇 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는가’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해외 공항 진출은 단순한 인프라 수출이 아니라, 공공외교이자 신뢰 수출의 실험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곳에 비로소 미래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외공항 추가 진출을 위한 구조개선, 그리고 정부의 뒷받침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