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정부가 그간 노동계와 경영계 간 균형을 중시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친노동정책을 전폭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철도 기관사 출신...“합리적 인물” 평가
23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57)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지명했다. 고용부 역사상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 후보다. 그의 인선은 정부와 노동계와 관계 재정립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인선 배경에 대해 “산업재해 축소, 노동시간 단축, 노란봉투법 등 노동 현안 해결에 실질적인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현장을 아는 인물로 노동 정책 전환을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부산 마산중앙고와 동아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1992년 철도청 기관사로 노동 현장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을 거쳐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에 올랐고, 2010년엔 역대 최연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006년엔 3·1 철도 전국총파업으로 구속된 바 있다.
19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재인 후보가 공천되자 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지만 이후 탈당했다.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외곽 선거 조직인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을 출범하고 선거대책위 노동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지난해 총선에선 더불어민주연합 경선후보 10인에 들었지만 심사에서 탈락하는 우여곡절 끝에 비례대표 20번을 받았지만 결국 낙선했다. 이후 철도 기관사로 돌아가 무궁화호 열차를 운행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는 등 연대를 자랑하던 한국노총 출신 대신 민주노총 출신 인사를 후보자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친노동 정책 드라이브 걸었나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정부와 민주노총 간 '정책 직통 라인'이 가동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조법 개정안(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초기업교섭 제도화, 노동시간 단축, 산업안전 강화 등 친노동정책이 이미 대거 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있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를 공식 정책 과제로 추진할 것이란 평가다. 다만 김 후보자를 임명한 게 반드시 민주노총의 ‘청구서’를 접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인사지만 상당히 합리적인 성향이라 온건파로 분류된다”며 “자주파(NL) 성향의 현 민주노총 집행부와 밀접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20대 대선에서 노란봉투법 등 노동 공약 설계에 깊이 관여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전폭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