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 200조원 돌파는 당초 SK하이닉스가 제시한 목표 시점(2027년 1월)보다 1년6개월 이상 빠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은 지난해 1월 CES 2024에서 “3년 안에 시총 200조원 돌파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SK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기자 미래 기술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3년 업계 최초로 HBM 개발에 나선 것. 미래엔 정보 처리량이 대폭 늘어갈 게 확실한 만큼 고용량 D램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범용 D램보다 4~5배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SK하이닉스에 HBM 개발을 요청한 고객사조차 HBM을 외면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11월 오픈AI가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AI 가속기에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해지면서 HBM 수요가 커졌다. ‘아오지 탄광’으로 불리던 SK하이닉스의 HBM 부서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 4세대 HBM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단독 공급했다. 2024년 본격화한 5세대 HBM(HBM3E) 납품전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52.5%에 달했다.
산업계에선 AI 시대 고성능 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계속 커지면서 SK하이닉스 시총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1.2% 증가한 7008억달러(약 9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부문은 올해 11.7%, 내년 16.2%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협 요인도 있다. 올 1분기 기준 D램 매출의 44%에 달하는 높은 HBM 의존도가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HB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 문을 두드리는 것도 변수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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