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객실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방화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살해 의도’를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42분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열차 4번 칸 바닥에 휘발유 3.6ℓ를 쏟아 붓고 라이터로 점화했다. 이로 인해 승객 6명이 다쳤고 전체 탑승객 481명 중 신원이 특정된 160명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특히 범행 장소가 한강 밑을 지나는 약 1.6㎞ 길이의 하저터널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피로가 제한된 터널 구조상 환기와 화재진압이 어려워 불이 번질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대검찰청 화재재연 실험에서도 불이 붙자 지하철 내부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지는 장면이 재현됐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성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방화 직전 임산부 승객이 휘발유가 뿌려진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붙인 점 등을 근거로 명백한 살해 의도가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검찰에서 진행한 통합심리분석 결과에서도 피고인은 자기중심적이고 피해망상적 사고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됐다.

탑승자 사망 등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운영 체계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열차 운영을 1명이 전담하는 1인 기관사 체계는 비상 상황 대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기관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불이 난 직후 열차를 정차시키고 승객 대피를 유도하는 동시에 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는 등 모든 조치를 혼자 감당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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