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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대출이 무제한?…재건축 수주전 '과열'

입력 2025-06-26 17:05   수정 2025-06-27 01:14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수주하려는 건설회사 간 경쟁 과열로 과도한 자금대여 조건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조합원 자산가치의 150%를 웃도는 대출한도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수준의 초저금리 등 지금까지 실행된 적 없는 조건이 나타났다. 무리한 금융 조건으로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7차 입찰에 나선 삼성물산은 이주비 대여 한도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150%를 내걸었다. ‘한도 제한 없음’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가 20억원짜리 주택 소유자에게 최대 30억원가량을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경쟁자인 대우건설 역시 LTV 100%까지 대여하겠다고 나섰다. 서울 조정대상지역에서 무주택자가 부동산을 매입하면 LTV는 최대 50%가 적용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도 최대 70%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상식적으로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수주 사업지에서는 LTV 100%를 초과하는 이주비 대출 제안이 사실상 기본 옵션처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도 포스코이앤씨는 LTV의 160%를, 현대산업개발은 150%를 이주 대여비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시공사를 선정한 용산구 한남4구역 역시 삼성물산은 LTV 150%, 현대건설은 100%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대여 금리도 마찬가지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건설사는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0% 또는 0.1%만 더한 초저금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CD 금리는 약 2.6% 수준이어서 건설사의 제안 금리는 2.6~2.7% 수준에 불과하다. 약 4% 안팎으로 형성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 1%포인트가량 낮다.

시공사가 조달할 수 없는 ‘비현실적 금리’로 조합원의 표심만 노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TV 100% 이상의 조건은 사실상 대출이 실행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금융 제안은 정부의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수주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도한 조건이 조합원의 불신과 조합 부담을 키우고 사업 지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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