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창비는 다음달부터 장석남 시인의 대표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 가격을 9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창비 측은 "종이 가격과 물류비 등이 인상되면서 증쇄 상황에 맞춰 가격을 최소한도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음사, 문학동네 역시 시인선 정가를 각 1만3000원 안팎으로 정하는 중이다.
3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7월부터 기존에 출간했던 책값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사례는 1091종이다. 올해 1월부터 누적으로는 7027종에 달한다. 과거 정가 인상 종 수가 2022년 6223종, 2023년 8795종, 2024년 9798종 등 증가 추세인 걸 감안하면 올해도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수치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는 정가를 변경 적용하려면 전 달 15일까지 이를 신고, 공표해야 한다.
올 들어 독자들이 주목하는 한국 작가들의 대표작 가격이 속속 인상됐다. 이달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정가는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장류진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조정했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손님>은 내일부터 정가가 1만3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된다.
유튜브 민음사TV에서 언급돼 판매량이 뛴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도 다음달부터 정가가 7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오른다. 한 출판사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를 포함해 종이책 제작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옛 책값대로면 많이 팔리는 게 오히려 손해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 2~3년간 종잇값이 오른 여파가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는 게 출판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소 출판사 대표는 "책 뒷표지에 정가가 찍혀 있어서 종잇값이 올라도 이미 제작한 책이 다 팔리기 전에는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며 "지난 2~3년간 50% 이상 종이 가격이 오른 게 올해 책값에 영향을 주는 구조"라고 했다.
인터넷 서점들의 무료배송 기준 역시 책값의 주요 변수다. 현재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을 1만5000원 이상 구매해야 무료로 배송해준다. 도서정가제가 허용하는 온라인 할인 10%를 적용 후에 기준 금액을 넘기려면 책값이 1만6700원(10% 할인받으면 1만5030원) 이상이어야 한다. 최근 정재승 교수의 <인간 탐구 보고서> 시리즈는 각 1만5800원에서 1만6800원으로 1000원씩 가격을 인상하는 중이다.
종이책 가격이 인상되면 전자책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김호연의 베스트셀러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경우 6월 1일부로 종이책 가격을 인상했고, 7월에는 전자책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나무옆의자 출판사 관계자는 "보통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가격의 70% 안팎에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출판업계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가격과 크게 벌어지면 종이책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봐서다. 작가 인세 등 계약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책값을 내린 건 올들어 7월까지 654종이다. 안 팔리는 구간의 가격을 내려 독자들의 눈길을 다시 한 번 끌어보려는 시도다. 다만 또 다른 출판사 대표는 "책 구매에는 내용과 저자, 주제의 시의성이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뒤늦게 가격을 내린다고 해도 마케팅에 큰 효과를 보진 못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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