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억원이면 예상했던 이주비 대출금의 반 토막 수준입니다.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집을 구할 수가 없어요.”(서울 송파구 A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6·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주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주비가 평균 6억원을 크게 웃도는 강남권과 강북 주요 재개발 사업지의 조합원은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대출 정책이 주택 공급 급감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북의 B재개발 조합에도 지난 주말부터 조합원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 조합 관계자는 “3층짜리 건물 1, 2층과 옥탑 등에 전세를 주고 3층에 실거주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며 “본인 이주 비용은 고사하고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해 더욱 애를 먹을 전망이다.
강남구 압구정 정비구역, 성동구 성수지구 등 아직 초기 단계인 정비사업 조합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남구 C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주 시점이 1년여 남았는데도 이주비 대출 여부를 묻는 조합원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나 금융권에서 정식 공문이 내려오지 않은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도 이주비를 빌리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가 연 6% 수준”이라며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곤 사업비 대출을 감당할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일정이 늦어지면 결과적으로 공사 기간이 연장돼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엑시트(자금 회수)를 하려 해도 대출 규제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며 “이주도 매매도 막혀 사업이 장기간 공전하고 정비사업 동력도 크게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활성화 구상에 역행하는 만큼 이주비는 대출 규제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상무는 “이주 절차 지연으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대출 상한을 높이거나 이주비는 예외로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이인혁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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