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 거리. 비가 오는 날씨에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미니소 상점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20분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중국의 캐릭터 붐을 일으킨 팝마트도 인산인해였다. 피규어 등을 전문적으로 파는 톱토이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옷은 안 사도 캐릭터 상품은 산다는 중국 MZ세대의 세태를 엿볼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캐릭터산업이 성장세다. 1일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 시장은 지난해 3521억달러에서 2033년 533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팝마트의 시가총액은 3580억홍콩달러(약 61조7800억원)로 미국의 최대 완구 업체 해즈브로(약 14조원)를 한참 앞섰다.한국 MZ세대도 캐릭터에 푹 빠져 있다. 미니소는 서울 대학로와 홍대에 이어 지난달 21일 강남점을 열었다. 미니소 강남점은 하루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며 강남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롯데는 지난달 일본 캐릭터 포켓몬스터와 협업해 ‘포켓몬 타운’ 축제를 열고 대규모 모객에 성공했다. 에버랜드는 헬로키티 등 산리오 캐릭터로 내부를 꾸며 방문객을 늘렸다. 에버랜드의 판다인 푸바오 캐릭터는 대표적인 캐릭터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캐릭터 키링 등은 MZ세대의 주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13조6000억원으로 매년 5%가량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일본 캐릭터 시장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도쿄역 안에는 캐릭터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다. 포켓몬, 헬로키티, 리락쿠마, 지브리 등 전 세계 인기 캐릭터를 모아놓은 곳이다.
최근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들은 외모상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귀여움’이 핵심 경쟁력이다. 특별한 서사 없이 큰 인기를 누리는 라부부 등이 대표적 예다. 한·중·일 MZ세대의 캐릭터 선호 현상은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불황 때 캐릭터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미키마우스가 등장한 1929년은 대공황 직후였고 1930년대는 디즈니의 황금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블은 ‘위기를 극복하는 영웅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선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1990년부터 2000년대에 캐릭터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작은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고윤상/이소이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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