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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된 편집자 "글쓰는 시간이 아늑해요"

입력 2025-07-02 18:17   수정 2025-07-03 00:17

“삶과는 영 무관해 보이는 일을 계속해나가는 사람이 반드시 큰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다.” 최근 출간된 정기현(사진)의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중 첫 번째 수록작 ‘빅풋’은 이렇게 시작한다. 정기현이라는 사람이 출판사의 스타 편집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과정도 비슷하다.

지난 1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작가는 “책을 워낙 좋아해 책을 만들었고 글도 쓰게 됐다”며 “제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독자 30만 명이 넘는 민음사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한국문학 편집자로 이름을 알렸다. 대학 시절부터 소설을 써왔지만 정식으로 발표한 건 2023년부터다.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은 그가 편집자가 아니라 소설가로서 내는 첫 책이다. 정 작가는 “주변에서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느냐’는 질문을 새삼 받는 상황에 아직 적응 중”이라며 웃었다.

소설집에 실린 총 8편의 작품 중 표제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은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휴직 중인 주인공 ‘기은’이 동네 교회에서 ‘준영’을 만나 각자의 비밀을 나누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기은은 ‘슬픈 마음이 있는 사람’이 된다.

슬픈 마음이 있는 사람은 슬픈 사람과 뭐가 다를까. 정 작가는 “세상에는 주위의 위로가 쏟아지는 ‘슬픔의 주인공’도 있지만,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자신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슬픔이 많다”며 “그런 작은 슬픔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했다.

표제작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살고 있는 거여동을 산책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낸다. “김병철 들어라…”로 시작하는 의문의 낙서가 동네 곳곳에 적혀 있는 걸 보고 출처와 기원을 탐구한다. 정 작가는 “거여동에 6년 정도 살았었는데 동네를 산책하면서 이상한 장면을 보면 사진으로 찍어두고 소설 재료로 삼았다”고 했다.

소설집에는 기은, 새미, 승주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인물들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라고 읽으면 새로운 재미를 준다. 예컨대 ‘빅풋’에서 사라져버린 새미가 그다음 수록작인 ‘발밑의 일’에서 요정 같은 소인(小人) 새미가 돼버렸다고 상상하는 식이다.

정 작가 소설의 공통적 매력은 ‘엉뚱함’이다. 벽시계 속 뻐꾸기와 대화를 나누고 공중에 나부끼는 포장지와도 친구가 된다. 정 작가는 “이야기 구조가 완벽하게 짜인 소설은 잘 읽고도 쉽게 잊히는데, ‘왜?’라고 묻게 만드는 소설은 계속해서 곱씹는다”고 했다.

하루 종일 ‘읽는 사람’인 편집자로 근무하고 퇴근 후 ‘쓰는 사람’으로 다시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정 작가는 “퇴근 후 혼자 글을 쓰는 시간이 아늑하다”고 했다. “글 쓰는 일은 질리지 않는다”는 그는 문예지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는 동시에 ‘이웃’에 대한 중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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