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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당신의 취향을 발견한다면 touche 라고 외치세요"

입력 2025-07-03 17:03   수정 2025-07-04 02:39


서울 이태원동을 걷다 보면 주변 경관과 사뭇 다른 초록색 간판을 단 가게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집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매장 이름은 세이투셰(say touche). 거실처럼 꾸민 매장 가운데에는 정형화된 사각형에서 벗어난 페르시안 문양 러그가 놓여 있다. 거실을 지나 나오는 첫 번째 방은 서재, 두 번째 방은 침실 같다. 각 공간엔 세이투셰 제품이 전시돼 있다. 세이투셰는 2021년 임재린 대표(29)가 만든 브랜드다. 이 신생 브랜드는 4년여 만에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됐다. 시작은 지난해 파리 247 쇼룸.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한 유명 쇼룸에서 제품을 선보였고, 글로벌 페스티벌인 ‘콤플렉스콘 홍콩’에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 LG전자, 자동차 문화 브랜드 피치스, 패션 플랫폼 29CM 등과 협업하고 있다. 토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세이투셰의 임 대표를 지난 1일 이태원동 매장에서 만났다.


▷세이투셰는 무슨 뜻입니까.

“‘투셰(touche)’는 펜싱에서 찔린 선수가 ‘맞았다, 인정한다’는 뜻으로 외치는 프랑스어입니다. 서구권에서는 상대를 인정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죠. 제가 만든 제품을 보고 누군가가 ‘touche!’를 외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제 창작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창업 전 이력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는 머네요.

“코로나19 사태 때였어요.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전염병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완전히 무력해졌을 때 저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진은 그 순간을 담는 거에 그치는데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오브제, 리빙 제품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영향을 줬나요.

“호주, 제주, 부산을 오가며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바다 옆에 살며 감각적으로 자연을 많이 접한 것 같습니다. 호주 유학 시절 다양한 팝 문화를 접하며 마이클 잭슨 CD를 사 모으기도 했고요. 그게 지금의 미감에 영향을 준 건 분명합니다.”

▷첫 제품은 무엇입니까.

“초록색 하트 모양 러그, 원숭이 모양 오브제 그리고 작은 발매트였습니다. 제가 쓰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만들었죠. 가성비보다 미적 감각에 집중했고,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려 했습니다.”

▷페르시안 러그가 첫 제품인데요.

“러그를 만들 때 처음엔 세상에 없던 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백 가지 디자인을 해보다가 제가 집에서 쓰는 페르시안 러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전통적인 패턴을 유지하면서 형태를 찌그러뜨리고 비틀어 만든 게 지금의 하트 러그입니다.”

▷디자인은 직접 합니까.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것은 제가 하지만, 3차원(3D) 모델링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팀과 함께해요. 저는 이미지나 구조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편인데 그걸 구체화하는 능력은 다른 팀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3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13명까지 늘어났어요.”

▷거울 제품이 특히 많습니다.

“세 가지 제품으로 시작했는데 카테고리 확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른 게 거울이었습니다. 거울이 없는 집은 없잖아요. 사람이 들어와야 완성되는 거울, 그런 걸 만들고 싶었어요. 영상통화 화면 거울도, 미술관 풍경을 반사하는 거울도, 신문 사진 속 거울도 모두 피사체가 들어올 때 하나의 장면이 완성됩니다. 단순히 예쁜 거울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가장 세이투셰다운 제품은 무엇인가요.

“원목과 자개로 만든 스툴입니다. 의자에 ‘앉지 말고 보기만 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데, 실제로는 150㎏까지 하중을 견뎌요. 장인이 하나하나 제작한 자개를 사람 엉덩이가 닿는 곳에 붙였죠. 가장 하찮은 부위에 가장 고급 소재를 붙이는 위트와 아이러니. 세이투셰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협업도 활발합니다.

“살로몬과는 신발을, LG전자와는 빔프로젝터를, 피치스와는 1세대 그랜저를 새롭게 해석했어요. 디자인의 범주와 세이투셰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파트너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협업 파트너가 되는 것 같습니다. 리빙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면서 제품 수를 200개까지 늘리기도 했고요.”

▷해외에 많이 나갔네요.

“일본 캐나다 홍콩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 파르코에서 팝업스토어를 하기도 했고요. 저희는 리빙 브랜드지만 패셔너블해서 글로벌 젊은 세대들이 흥미롭게 봐주는 것 같습니다. K웨이브의 영향도 있었어요.”

▷세이투셰의 궁극적인 방향은 무엇입니까.

“기억에 남는 오브제를 만드는 겁니다. 작품과 제품의 경계에서 기능과 의미의 균형을 갖춘 디자인, 그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고 앞으로도 그 철학은 지켜나갈 생각이에요. 지금 우리 오브제를 좋아하는 20세 청년이 30세, 40세가 돼도 저희 브랜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글=라현진/사진=임형택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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