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패션업계에서 주목하는 키워드는 ‘해적’이다. 프릴 셔츠와 가죽 벨트, 반다나나 부츠 등을 활용한 스타일링이 특징인 '해적코어 패션'(Pirate-core)이 뜨고 있는 것. 기존엔 뮤직 페스티벌이나 여행을 갈 때 입던 옷 정도로 취급 받았는데 최근엔 일상룩으로도 활용될 만큼 반응이 좋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지난 4월~6월24일 기준) 해적코어 관련 제품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건이나 반다나 제품은 378%나 거래액이 폭증했다. 가죽 부츠(115%)나 프릴 블라우스(99%), 가죽 벨트(40%) 등도 인기다. 29CM는 "무더운 날씨에 포인트를 더할 수 있는 액세서리로서 해적코어 트렌드가 더욱 각광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적코어는 17~18세기 해적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 키워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애니메이션 '원피스' 속 인물이 연상되는 패션이라 보면 된다. 오버사이즈 블라우스나 벨트나 부츠 등 가죽 잡화, 반다나, 플로피 햇 등이 대표적. 기성 세대들은 옷에 달린 치렁치렁한 프릴이나 무거운 가죽 부츠, 머리에 쓰는 두건 등을 보고 질색할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을 표현하는 키워드인 자유, 반항, 모험 등의 감성을 잘 담고 있다며 선호한다.
올 봄 유행한 ‘보호 시크(Boho Chic)’의 연장선이란 평가도 있지만 보다 과감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보호 시크는 보헤미안에 시크가 합쳐진 줄임말로,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보헤미안 스타일의 감성을 빈티지한 요소로 재해석한 패션이다. 기존엔 뮤직 페스티벌이나 해외 여행, 해변 휴양지에서나 등장하던 스타일이 이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일상에서 즐겨입을 정도로 유행이 감지된다는 게 패션업계의 얘기다.
모험과 일탈, 성별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 특징인 해적코어 패션이 평범한 패션을 지루하다 느끼는 MZ세대의 니즈를 잘 파고 든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명품 브랜드부터 국내 중소형 브랜드까지 해적코어 트렌드에 발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디올, 돌체앤가바나, 이자벨마랑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미 FW(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는 런웨이에 이 패션을 세울 정도로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프릴이 달리고 소맷부리가 접힌 오버사이즈 셔츠, 허리선이 높은 바지, 여러 겹으로 걸쳐 입은 코트, 코르셋 형태의 조끼 등의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챙을 접어 올려 삼각형으로 만든 해적 모자 트리코른에 금속 장식의 목걸이와 반지 등 독특한 장신구도 더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아르토가 출시한 ‘프릴 핀턱 블라우스’는 얇고 가벼운 코튼 소재의 제품으로 은은한 패턴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넥라인에 스트랩 디테일과 촘촘한 단추 배열로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린넨 소재에 빈티지한 무드를 더한 디자인이 특징인 브랜드 프리터의 ‘엠브로이더리 린넨 베스트’도 티셔츠나 블라우스에 레이어드해 연출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는 게 패션 플랫폼들의 소개다.
벨트, 부츠, 반다나 등 가볍게 포인트 주기 좋은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도 높다. 브랜드 엘씨디씨티엠이 출시한 '더블 아일렛 레더 벨트'가 대표적이다. 두 줄로 구성된 아일렛 디테일이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데, 기존에 가진 허리 벨트와 함께 착용해도 어울린다며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킬리만의 '스트라이프 피크닉 스카프는' 입체감 있는 스티치 디테일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 연출하는 반다나 스타일을 위해 고객들이 찾는다. 스터드가 박힌 다이닛의 ‘프린지 롱 부츠’도 인기다.
29CM 관계자는 “해적코어는 지난해 유행했던 보헤미안 시크보다 한층 더 과감하고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스타일”이라며 “가죽 벨트, 반다나 등 간단한 패션 액세서리만으로도 세련되고 트렌디한 연출이 가능해 여름철 페스티벌이나 휴가지에서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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