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인사이트 7월 7일 오후 4시 43분
“패밀리오피스 면허를 지금 신청하면 2년 뒤에나 발급이 가능할 겁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패밀리오피스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전 세계 자산가가 싱가포르로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싱가포르 비거주자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려면 순수 금융자산만 5000만싱가포르달러(약 536억원)를 넘어야 신청 자격이 생긴다. 최소 요건이 만만치 않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발급 속도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면허 신청이 몰리고 있다.글로벌 자산가들이 패밀리오피스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가 9030개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이 3조1000억달러(약 4246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전 세계 헤지펀드 전체 운용자산인 4조5000억달러의 69% 수준이다.
세계 각국은 패밀리오피스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패밀리오피스를 유치하기 위해 2008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 2023년부터는 일정 수준 조건을 충족한 자산가에게 금융투자에 따른 소득세를 면제하고 있다. 홍콩도 지난해부터 자산 규모 2억4000만홍콩달러 이상인 패밀리오피스에 법인세와 금융 관련 소득세를 면제하며 대응에 나섰다. 두바이 역시 금융자유구역 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면 각종 면세 혜택을 준다.
패밀리오피스가 싱가포르로 몰리는 것은 단순히 세금 이슈 때문만이 아니다. 싱가포르통화청(MAS)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세제와 함께 정치 안정성과 선진적 금융 시스템이 패밀리오피스 유치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주요 로펌인 TSMP의 제니퍼 치아 변호사는 “자산가들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할 때 본인은 물론 자손이 머무르며 가문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사회 환경과 교육 등 거주 인프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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