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경영진은 올 들어 거의 매달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다. DS부문 미주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본거지 오스틴은 걸러도 워싱턴DC는 꼭 찾았다. 미국이 지난 1월부터 시행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낮춰 공장에 쌓인 중국용 인공지능(AI) 칩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였다.이런 총력전에도 미국을 설득해 중국 수출 문턱을 낮추는 데는 실패했다.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1조원대 재고충당금을 쌓은 이유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5%나 밑돈 ‘어닝쇼크’를 냈다.
메모리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사 확보 실패에 발목을 잡혔다. 여기에 1조원대 재고충당금(재고자산 가치가 하락할 때 회계에 반영하는 금액)이 더해지며 전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충당금을 쌓은 건 미국이 지난 1월 시행한 중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제조한 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E, HBM3)와 중국 빅테크의 주문을 받아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한 AI가속기(AI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가 삼성전자 공장에 묶여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올 상반기에 미리 충당금을 쌓아 악재를 털고 가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분기마다 1조~2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디스플레이는 1분기(500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4000억~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미국 대형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둔화한 탓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물류비 상승에 발목을 잡힌 TV·가전 사업은 3000억원, 오디오와 자동차 전장(전자장치)을 담당하는 하만은 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주는 MX사업부다. 삼성전자는 9일 미국 뉴욕에서 언팩행사를 열어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과 갤럭시 워치 등 신형 웨어러블 기기를 공개한다. 갤럭시Z폴드 신제품은 215g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폴더블폰 타이틀을 갖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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