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한국에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무역 장벽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국 간 실효 관세율이 0%라는 점에서 미국의 실제 관심사는 비관세 장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이다. 블루베리 등 과일류 검역 간소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 단축 등도 요구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 측 요구에 확답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요구대로 비관세 장벽을 낮추려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논리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디지털 부문 비관세 장벽도 미국이 해소를 요구하는 분야다. 구글 지도의 경우 국토지리정보원이 다음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다 멈춘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서도 미국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43명은 지난 1일 성명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하고, 이재명 정부가 수용한 법”이라며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디지털 교역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품목 관세 면제나 ‘무관세 쿼터’는 미국이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25% 관세(한국 상호관세)와 부문별 관세(품목 관세)는 별개”라고 재차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국과의 철강 협상에서 무관세 쿼터를 줬다가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줄줄이 쿼터를 요구받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투자, 제조업 협력을 미국이 관세율에 얼마나 반영해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첨단산업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을 부각해 관세 협상을 경제·안보 연대로 끌어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과 디지털 규제 해소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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