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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금융위기 그림자 [정삼기의 경영프리즘]

입력 2025-07-09 10:49  

이 기사는 07월 09일 10: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은 재난으로 형성된 산업이다. 미국 은행들이 연방정부의 감독을 받게 된 데에는 내전이 필요했고, 연방준비제도의 탄생에는 은행 공황이, 정부의 예금보장에는 대공황이 필요했다. 그러나 재난의 순간에 뜨겁게 타오르던 개혁의 열망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교훈은 잊히고, 혁신은 일어나고, 규제는 귀찮게 여겨진다. 새로운 위험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거인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후계 체제를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옹호한다. 한 위기가 끝나면 다음 위기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월스트리트가 2008년처럼 확실하게 망가진 적은 없었다. 부채를 급격하게 늘리며 주택 거품을 부풀렸다. 복잡한 금융상품의 시스템적 취약성은 내부에서도 몰랐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흔들리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유동성이 사라졌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한 수백 개 은행 중 하나였다. 정부가 대형 대출기관들을 구제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개혁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과 같은 조치로 이어졌고, 은행은 광범위한 규제를 받으며 더 많은 자본을 쌓고 투자자들을 통제해야 했다.

당국은 규제 대상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 빈 자리를 파고든 기관에 대한 통제력은 약화된다. 2008년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금융의 ‘경계 문제(boundary problem)’를 언급했다. 규제기관과 비규제기관의 경계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모험가들이 규제에 대응하여 감시가 덜한 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은행들이 통제를 받는 동안 사모펀드기업(private equity, PE)와 자산운용사들이 사모대출(private credit)로 빠르게 성장했다. 헤지펀드는 한때 은행이 주무대였던 트레이딩을 장악했다. 느슨한 통화정책도 도움이 되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급증도 영향을 미쳤다. 모두 미국 예외주의의 수혜자들이다.

신흥 공룡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새로운 금융질서의 지혜를 입증한다고 믿는다. 2023년 무보험 예금자들로부터 거침없이 돈을 끌어들인 실리콘밸리뱅크의 붕괴는 은행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본질적으로 취약하다는 그들의 인식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심판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 경기침체기에 사모대출펀드를 통해 제공된 대출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헤지펀드의 차입 증가는 얼마나 위험할까? 은행권과 중앙은행들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갈지자 행보는 이러한 의문들을 더욱 증폭시킨다. 4월 2일, 그는 일방적인 관세조치를 발표하며 미국 경제를 ‘해방’시켰다.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변동성은 금융위기 절정기였던 2008년과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수준을 넘어섰다. 주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섯 번째로 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의 자본비용은 급등했고, 소비자와 경영진의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다.

무역위기는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급등한 반면 달러 가치는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산을 외면했다. 혼란에 빠진 신흥시장에서나 나타날 법한 현상이었다.

평온이 다시 찾아왔다. 일부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하게 시장에 굴복하고 관세 조치를 중단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가 완료되었거나 심지어 무산되었다고 보았다. 대형 사모시장 자산운용사들의 주가는 대선 직후 최고치 대비 여전히 4분의 1이나 하락했지만, 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월스트리트 경영진의 자존심만 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낙관은 순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을 파괴하는 행위를 자제하더라도, 정교하게 조율된 금융시스템과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월스트리트는 법치와 세계화를 기반으로 번영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모두 거부한다. 금융붕괴의 여러 조건들이 이미 갖춰져 있다. 국가 부채는 36조 달러로 최고치에 육박한다. 부풀어오른 자산가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 쉽게 꺼질 수 있다.

혁신은 월스트리트를 변화시켰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산가치 급등은 새로운 금융질서의 균열을 감추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그 위험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거인들의 충돌
"증권 거래에 대한 대중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국가의 부는 금융가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다." 1929년 주식시장 붕괴 원인에 대한 미국 상원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지금 세계는 다시 한번 막강한 금융가들의 시대가 되었다. 일부 거대 금융기관들은 미국 경제 규모를 그대로 반영한다. JP모건체이스가 최대인 것은 미국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시장 구조의 변화 덕분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공모시장의 인덱스펀드와 또다른 유형의 패시브투자는 거침없이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저비용 투자상품을 독점하는 블랙록과 뱅가드에게 유리했다.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비유동성 대출을 제공하는 사모시장의 비은행 금융기관 또한 크게 성장했다. 총 2조6천억 달러를 굴리는 아폴로, 블랙스톤, KKR은 10년 전에 비해 네 배 반이나 성장하였다. 주로 대출 확대 때문이다. 이들 PE와 블랙록의 시가총액 합계는 1,250억 달러에서 5천억 달러로 증가했다. 10년 전 미국 은행 시가총액의 10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21퍼센트다. 헤지펀드 시타델과 밀레니엄은 자금과 인재를 빨아들였고, 제인스트리트는 모건스탠리와 맞먹는 트레이딩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덩치에 비례해서 영향권을 확대했다. 아폴로는 PE보다는 생명보험사에 더 가깝다. 대형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소규모 파트너십에서 PE의 대형 사촌 격으로 성장했다. 일부 대형 헤지펀드는 자기계정 트레이딩 외에도 전통적으로 은행이 주도하던 마켓메이커(market maker)로서 유동성을 공급한다. 은행들은 저항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혁명적 효과는 금융시스템을 관통하는 여러 경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은행과 비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은행권 대출은 2020년 이후 두 배 증가한 1조3천억 달러로, 전체 은행권 대출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은행의 프라임브로커리지 부문이 헤지펀드에 제공한 대출은 1조4천억 달러에서 2조4천억 달러로 증가했다. 은행과 사모대출기관의 대출 파트너십도 확산되었다.

둘째, 공모시장과 사모시장. 차입자들은 이제 금융부채가 빈번하게 거래되는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한다. 두 시장 모두를 상대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고 있다.

셋째,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는 이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품 같이 복잡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한때 고루한 투자수단이었던 상장지수펀드(ETF)는 자산운용사들이 카지노에서나 가능한 위험과 수익을 반영한 구조화 상품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블랙록의 우화는 이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1988년 PE인 블랙스톤의 자회사로 출발하였다. 블랙록과 블랙스톤은 1994년에 분리되었고, 그 후 수십 년 동안 두 회사는 금융의 대안적 비전을 제시했다. 블랙록의 세계는 공개시장, 낮은 수수료, 개인투자자, 설립자 래리 핑크의 집요한 사회의식 자본주의로 점철되었다. 반면 블랙스톤은 사모펀드와 기관투자자에 집중했다.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은 전형적인 바이아웃 거물이다.

이제 이들이 융합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사 상품을 홍보한다. 블랙록은 반대로 사모시장으로 진출했다. 작년 블랙록은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JP모건체이스에서 분사된 HPS(사모대출기관), 프레킨(데이터회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인프라투자사)에 투자했다. 심지어 홍콩의 CK허치슨이 보유 중인 파나마 항구 인수에 참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경제가 은행보다 자본시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새로운 금융시스템은 분명 혁신적이다. 하지만 과연 탄력적일까? 사모시장 거물들은 여전히 은행 주도의 유럽 금융시스템과 비교하며 자찬한다.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월스트리트는 늘 역동적이다. 실물경제의 혁신에 자금을 지원하는 속도가 이를 증명한다. 오픈AI 출신들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수십억 달러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한다. 채권시장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지원하며 AI 투자 붐을 일으킨다.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유럽은 이탈리아 은행의 독일 은행 인수 시도가 최대 뉴스거리다.

급격한 변화는 위험을 동반한다. 위험한 금융혁신은 종종 실패한 후에야 그 본질이 드러난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자본조달방식인 스팩(SPAC) 같은 혁신은 큰 폐해 없이 서서히 사라진다. 2000년대 신용파생상품처럼 시스템 전체에 큰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복잡성, 레버리지, 단기자금 조달의 강력한 결합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균열을 파악하는 것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간의 긴밀한 연계로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가 감소했다는 목소리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저평가된 리스크를 새롭게 발생시키고 있다며, 특히 대형 헤지펀드를 지목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제레미 스타인은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금융혁신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기존의 인센티브 제도와 규제의 약점을 찾아낸다. 무언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이는 약점을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비유동성의 압박
월스트리트에서 합병과 기업공개를 주선하는 투자은행은 경제적 불확실성의 첫 번째 희생자다. 몸을 사리는 기업 경영진을 설득하여 돈을 조달하고 쓰게 하는 것보다는 거침없는 경영진과 가까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합병 시장은 가라 앉았다. 클라르나(‘선매수 후지불’ 대출업체)와 스텁허브(티켓 재판매 웹사이트) 등의 기업공개는 연기되었다.

변동성이 큰 정책은 은행들에게 악재이지만, 은행의 최대 고객들에게는 더 큰 악재가 된다. PE와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2022년 이후 기존 포트폴리오 정리에 몸부림쳤다.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자금수지 패턴은 J-커브, 즉 나이키 로고에 가깝다. PE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빠르게 끌어들여 거래를 성사시킨 후, 점진적으로 수익을 내며 환원한다. 그런데 수익 환원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이후 사모펀드의 매 분기 투자가치 환원은 3.3퍼센트로 장기 평균인 5.6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주로 기업공개에 의존하는 벤처캐피털은 더욱 암울하다.

대규모 자금을 빌려 적대적으로 대형 상장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PE의 바이아웃(buy-out) 첫번째 물결은 KKR이 RJR 나비스코를 250억 달러에 인수한 1989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때 경제학자 마이클 젠슨은 상장기업의 쇠퇴를 예측하며, 복합기업(conglomerate) 경영진은 주주를 희생시켜 자신을 살찌우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PE는 복합기업을 해체했다. 이후 복합기업들은 사라졌다. PE는 달랐다. 대형화되고 복잡해졌으며, 어떤 면에서는 과거에 표적으로 삼았던 기업들을 닮아갔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덕분에 네 배로 커졌다. 부채는 저렴했고, 기업가치는 상승했으며, 투자자들은 돈을 굴릴 곳을 찾았다.

이런 머니머신이 고장 났다. 관세전쟁이 개시되기 전에도 PE의 자금조달이 둔화되며 신규 딜을 모색하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었다.

유동성 창출에 온갖 기법이 동원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서 펀드나 기업의 포지션 거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PE가 포트폴리오 자산을 자신에게 매각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 배당금 지급이나 투자 환원을 위해 투자자산 가치를 담보로 차입하는 NAV대출(net-asset-value loan), 심지어 더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겠다며 펀드 내 저유동성 포지션들을 쪼개서 묶은 담보부펀드채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를 두고 위기의 징후가 아닌 신상품 개발이라는 이들은 순진하거나 망상에 빠진 기관투자자들뿐이다.

대형 PE들은 대출 등으로 신속하게 다각화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다각화가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여긴다. 최근 몇 달 동안 PE들의 가치가 급락했다. 블랙스톤의 주가는 작년 11월 최고치 이후 30퍼센트 하락했다.

PE들이 금융공학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반면, 벤처캐피털은 차세대 유망 기술에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문제는 딜메이킹 붐과 맞물려 있다. 데이터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을 조달한 펀딩 라운드 규모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펀딩은 대부분 AI 스타트업이 흡수했다. 실리콘밸리의 방위산업에 대한 새로운 관심 또한 대형 딜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것도 신속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오랫동안 PE의 최고 고객이었다. 이들 대학의 기금은 투자기간이 길고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구보조금 삭감과 비과세 지위 박탈로 위협하자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금융위기 때처럼 유동성 위기에 더욱 불안해한다. 아이비리그 대학기금 1,900억 달러 중 40퍼센트가량이 PE로 흘러간다. 이런 흐름을 주도했던 예일대는 45퍼센트에 달한다. 예일대는 6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 정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과 대결하는 부채 공룡들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금융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으로 드렉셀번햄램버트 같은 전설은 없다. 1990년에 무너진 이 투자은행은 실리콘밸리의 페이팔처럼, 금융산업을 형성한 유망한 젊은이들의 산실이었다. 페이팔 출신들은 스페이스X, 링크드인, 유튜브를 시작하였다. 드렉셀 출신들은 아폴로, 아레스, 세르베루스를 설립했고, 베인캐피털과 블랙스톤의 품에 안긴 사모대출업을 시작하였다.

마이클 밀켄 휘하의 드렉셀이 주도한 위대한 혁신은 고위험 기업들을 채권시장에 유입시킨 것이었다. 드렉셀의 정크본드는 1980년대 PE의 차입매수(LBO) 붐을 일으켰다. 그 후예들, 특히 아폴로의 야망은 훨씬 더 급진적이다. 그들 역시 바이아웃펀드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우량기업과 가계까지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은행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며,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 위험 증가 없이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한다.
마이클 밀켄처럼, 사모대출 거인들은 경직된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믿는다. 아폴로 창업자는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은행의 취약성에 대한 해결책이자 경제에 긴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KKR은 2007년 아이폰 출시처럼 역사적인 혁신에 비유한다.

규제당국과 상당수 은행가들은 회의적이다. 그들은 사모대출을 규제를 피하는 과도하고 위험한 것으로 보며,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면 폭발할 수밖에 없고, 경기침체기에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 한다. 새로운 유형의 자산과 투자자를 포함한 사모대출 확대는 어리석음을 더욱 심화시켜 잠재적으로 시스템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잠재적인 영향은 엄청나다. 5대 사모대출기관의 대출은 1조9천억 달러나 된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 가계와 기업이 빌린 40조 달러, 특히 13조 달러의 은행 대출자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대출은 주로 PE가 다른 PE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차입 방식에서 나타난 세 번째 혁신의 물결이다. 첫 번째 물결은 1980년대 정크본드였다. 그 다음 자은행이 발행한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이 등장했다. 레버리지론이 발생하면 자산운용사가 담보대출채권으로 증권화한다. 증권화로 생성된 트렌치는 보험사와 은행 등 투자자들에게 매각된다. 이러한 혁신 덕분에 은행 대출로 분류되는 기업 부채 비중은 1960년대 3분의 1에서 2009년 10분의 1로 감소했다.

문제는 2022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며 투자자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 은행들이 원치 않는 부채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사모펀드 비즈니스를 하는 PE가 운용하는 사모대출펀드가 이러한 혼란 속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은 이제 대부분의 바이아웃 딜에 자금을 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모대출 공룡들이 구축하려는 부채 제국(empire of debt)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이들의 급진성은 자본을 조달하고 대출처를 물색하는 방식에서 잘 나타난다.

첫째, 자본조달. 상당수 사모대출기관들은 개인투자자 유치를 통해 이미 엄청나게 성장하였다. 사모대출에 투자하고 보통 개인투자자에게 열린 펀드인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가 보유한 대출자산은 2019년 이후 네 배 증가한 4,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블랙스톤은 2021년에 BCRED를 설립하여 부유층 돈을 끌어들였다. 이 기관은 현재 700억 달러의 대출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은행으로 치면 미국에서 37위 정도다.

이러한 투자상품 설계자들은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창의적으로 변모했다. 아폴로와 스테이트스트리트는 2월에 대출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ETF를 출시했다. 또한 사모대출펀드인 ACRED의 토큰화를 통해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KKR은 캐피털그룹과 공동으로 개인투자자용 대출혼합형 상품을 출시했다. 블랙스톤은 뱅가드, 웰링턴매니지먼트와 유사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사모대출기관들은 생명보험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한 은행예금과 달리, 생명보험 가입자는 일반적으로 조기인출 시 불이익을 받는다. 이러한 안정성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유동성이 떨어지고 복잡하지만 고수익 자산 투자에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활기가 떨어지는 생명보험 업계는 장기투자의 자금줄로, 미국 경제와 늘어나는 은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버뮤다와 케이맨 제도의 역외 재보험계약 등의 느슨한 규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폴로는 이런 아이디어로 경쟁사보다 10년 앞선 2009년에 보험사인 아테네를 설립했다. 아테네는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연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KR은 작년에 대형 보험사 글로벌애틀랜틱을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자산운용을 조건으로 소수 지분을 인수했고, 현재 2,370억 달러의 보험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브룩필드와 칼라일도 보험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유사한 조건으로 링컨파이낸셜의 지분 9.9퍼센트를 인수할 계획이다.

둘째, 대출처. 이러한 새로운 자금 쟁탈전은 공격적인 대출처와 상품 물색과 함께했다. 이들은 과거에 투자등급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던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그 대상으로 본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산유동화 상품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은 사모대출기관들에게 대출을 제공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제휴를 맺고, 대출을 보험사와 펀드로 넘기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작년에 신용카드 대출자산을 블랙스톤에 넘기기로 했다. 작년 9월에는 시티그룹이 최대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며, 25억 달러의 기업대출을 주선하고 아폴로에 자금을 대기로 합의하였다.

이런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신속한 밀착은 놀랍기만 하다. 2023년 UBS 회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사모대출에 "분명히 버블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런 UBS가 지난 5월에 제너럴애틀랜틱과 제휴하여 은행 고객들에게 자산운용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 투자자는 이러한 파트너십을 돈 많은 노인들이 매력적인 젊은 신부를 찾는 것에 비유한다. 30년 역사의 캘리포니아 펀드 오크트리와 260년 역사의 영국 은행 로이즈가 그런 메이-디셈버(May-December) 커플이다.

하지만 공룡들은 은행권 대출을 빨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은행을 대체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작년에 3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대출을 제공했다. 아폴로의 경우 2,200억 달러였는데, 절반이 아폴로, 아테네, 기타 계열 펀드가 소유한 16개 대출기관에서 조달되었다.

아폴로의 대출자산은 2020년대 말 연간 2,7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거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와 자금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아폴로의 독보적인 금융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하려는 대기업들이 늘었다. 지난 6월에는 인텔의 아일랜드 공장에 제공한 110억 달러는 인텔의 신용등급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 투자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이는 아테네 재무제표에 당초에 대출로 분류된 47억 달러를 제공하기 위해 구조화한 것으로, 보험사 자본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랙스톤은 11월 EQT코퍼레이션과 유사한 딜을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천연가스 업체인 EQT는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동시에 블랙스톤이 자산관리를 해주고 있는 보험사에게 대출을 제공하였다.

대출시장에 혁명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렇게 재편된 시스템이 경기침체에 대처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초 관세전쟁을 벌이기 전부터도 차입자들은 채무불이행을 막는다며 몸부림쳤다. 차입자 중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곳이 절반가량으로, 2021년에는 4분의 1에 불과했다.

대출자산 거래가 드문 시스템에는 분명히 숨겨진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2021년 PE 비스타가 인수한 기술기업 플루럴사이트의 경우가 그렇다. 플루럴사이트에 대한 대출은 원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나, 작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치가 급락했다. 1월에는 소프트웨어기업 알라크리티에 대한 대출은 비슷한 가치로 또다른 기업으로 넘어갔다. 사모펀드들은 2022년 최고가로 대출자산을 매입했다. 경기가 침체되면 의심할 여지없이 부실대출과 가치의 민낯이 더 드러난다.

사모대출기관은 자신들이 몰아내려 했던 은행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은행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킨다. BDC에 1 달러의 투자자 자금이 들어갈 때마다 보통 은행에서 1 달러를 더 빌릴 수 있게 된다. BCRED의 300억 달러 차입금 중 거의 절반이 대형 은행에서 조달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자본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에 직접 대출하기보다는 BDC에 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침체는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는 경우보다 사모대출기관들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더욱 악화된다.

더 큰 위험은 사모대출기관의 새로운 자금줄인 개인투자자와 생명보험사에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은 유동성에 전혀 문제없다는 믿음으로 주식처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투자회수 행렬에 나서게 되면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손실로 이어진다.

생명보험은 훨씬 더 복잡하다. 보험사들은 레버리지가 높고 최근 몇 년 동안 부채가 더 늘었다. 연방주택융자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규모는 1,6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유형인 자금조달증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자산이 부실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회수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파산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며, 동시에 대형 자산운용사의 파산은 그 여파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투명성 결여는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박꾼들을 위한 투자 열풍
금융은 끊임없는 실험의 산업이다. 성과가 나타나면 빠르게 복제되어 시장에 확산된다. 이는 종종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혁신은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와 금융시스템에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

ETF가 그런 예다. 여러 증권을 묶어 하나로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발상은 간단하다. 1990년 토론토 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ETF가 역사 대부분 그러했듯이, 보유자산도 복잡하지 않았다. ETF는 S&P 500과 같은 주가지수에 대한 패시브투자 비용을 낮추었다. 최근에는 채권시장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레버리지 ETF를 포함한 복잡한 상품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스왑과 선물계약을 통해 투자자에게 일일 수익률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펀드는 현재 약 1천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4월에 시장이 폭락하자 이런 펀드에 몰려들었다. 하락장에 이용당하기보다는 하락장을 이용하고 싶어서였다.

올해 미국에서는 340개의 ETF가 출시되었는데, 작년 동기 대비 50퍼센트 증가하였다. 이러한 ETF 중 대부분은 특정 국가, 섹터 또는 트렌드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펀드들은 좀 더 난해한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반명예훼손연맹이라는 단체는 유대교 가치와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ETF를 출시했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유명 투자자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펀드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펀드는 대부분 도박꾼들을 위해 설계된다. 은행 주식의 일일 수익률과는 반대로 세 배를 약속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펀드도 있다. 어떤 펀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 일일 수익률의 두 배를 약속한다. 일부 펀드는 2000년대 신용파생상품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ETF는 더욱 흥미롭게 변할 것이다. 비트코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변동성이 큰 기술기업 스트래티지의 주가와 연계된 두 개의 다른 이중 레버리지 ETF에 베팅하는 ETF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 때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러한 흐름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SEC는 오히려 수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암호화폐 투자 펀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미디어는 크립토닷컴과 제휴하여 MAGA 테마 ETF 판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펀드 대부분은 투자자가 돈을 탕진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 외에도, 저비용의 기존 펀드들과 달리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레버리지 ETF의 수수료율은 헤지 펀드 수수료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새로운 ETF는 여타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위험할까? 한 가지 우려는 레버리지 ETF가 거래일 마감 시 약속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려고 대규모 매매를 유발하며 시장 변동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운용자산 규모가 늘어나며 더욱 커질 것이다.

가정적이지만 잠재적으로 더 심각한 것은 ETF가 처음부터 설계된 메커니즘과 관련된 것이다. ETF 가격이 보유증권의 가치와 다를 경우, 금융기관, 특히 헤지펀드는 ETF 주식을 발행하고 환매하여 갭을 줄인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ETF 가치를 보유증권의 가치와 일치시켜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한다. 최근 변동성으로 인해 ETF와 보유자산, 특히 유동성이 낮은 대출자산의 가치 사이에 엄청난 갭이 발생했다. 복잡성과 변동성이 증가하며 이러한 과정이 더욱 시험대에 오를 수 있으며, 어쩌면 한계에 이를 수도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시장이 카지노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거침없는 슈퍼스타 헤지펀드
지난 3월,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은 충격에 빠졌다. 3월 10일, 시장은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며 나스닥지수가 4퍼센트 하락했다. 시타델은 손실을 입었다. 그는 장 마감 후 이렇게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철저히 분석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에 맞서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을 했는지, 아니면 잘못된 포지셔닝을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는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투자팀 중 세 명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확신했고 결국 잘못이 있었다. 문제는 파생상품의 비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 역학에 있었다. 판단이 정확했던 똑똑한 팀원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타델과 경쟁사들은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경이로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자산에 자금을 배분하는데, 시타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과 원자재다. 각 자산군 내에서 경영진은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자금을 배분하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와 팀원 보수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각 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센터에서 정한 위험 한도 내에서 운영된다.

이런 모델을 따르는 기업들은 성장했지만, 헤지펀드 상당수는 침체기를 겪었다. 2019년 이후 5대 ‘멀티매니저(multi-manager)’ 직원 수는 6천 명에서 1만5천 명으로 늘었다. 업계는 시장 포지션의 명목가치 기준으로 거의 세 배인 1조6천억 달러로 성장했다. 블랙록과 뱅가드가 패시브투자의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전략을 주도하는 것처럼, 시타델과 밀레니엄은 액티브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규제기관들은 이제 이들 기업의 지배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한때 스타 트레이더 한 명의 역량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지만, 멀티매니저 모델은 다르다. 장기적으로 시타델, 밀레니엄, 포인트72 같은 최고 헤지펀드들은 모든 트레이딩을 직접 하기보다 증권전문가와 그들의 운용 조건을 택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취한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팀과 자산 유형에 걸쳐 다각화의 이점을 누린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기술과 금융에서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만, 장기간의 경쟁금지 조항 그리고 거액의 운용자금과는 본질적으로 상반되는 수준의 복종에 서명한다. 이런 기업의 수장들은 헤지펀드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것, 즉 자신보다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 기회를 얻게 된다.

투자자들은 시타델에 투자하거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타델은 2017년 이후 투자자들에게 250억 달러의 수익을 환원했다. 마이애미의 시타델 사무실을 방문하는 투자자들은 ‘역대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라는 문구가 적힌 호화로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수수료와 레버리지 문제로 비난받는 업계에서 멀티매니저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펀드운용사는 보수와 기술 관련 운영비를 투자자에게 ‘전가’한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이러한 연간 비용이 운용자산의 6.2퍼센트에 달하며, 좋은 성과를 낼 때 받는 수수료는 별도다. 사실상 무한한 예산은 자원확보 경쟁으로 이어진다. 펀드운용사들은 뛰어난 펀드매니저 영입에 사활을 건다. 헤지펀드와 은행 간의 경쟁은 헤지펀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다.

헤지펀드는 엄청난 규모를 앞세워 은행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낸다. 차입은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의 10배 이상까지 가능하다. 금융연구국 자료에 따르면, 10대 펀드에 집중된 대출 비중은 2014년 32퍼센트에서 현재 41퍼센트로 증가했다. 헤지펀드의 총 차입 규모는 5조5천억 달러에 달하며, 그중 절반은 은행에서 조달된다. 은행 프라임브로커리지 부문은 파생상품과 마진론(margin loan)을 통해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시장이 명확한 이유 없이 경련을 일으키면, 많은 이들이 이제 멀티매니저 팀이 위험 한도를 고려하여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월,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충격 속의 공격적인’ 매도는 4월에 시장을 강타했던 것처럼 큰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또다른 규제기관은 멀티매니저의 위험 한도를 고려할 때 이들은 신속하게 손절매하며 위험관리에 대한 즉각적인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규제기관인 금융안정위원회는 헤지펀드의 레버리지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우려는 유럽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 미디어 주식에 투자한다며 막대한 자금을 무모하게 끌어들인 아르케고스가 붕괴하면서 2023년 3월에 크레디트스위스가 붕괴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르케고스는 외부 투자자 자금이 아닌 트레이더 빌 황의 개인 재산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로, 대형 펀드보다 규제당국의 감독이 덜 엄격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전반의 변동성 때문에 이런 공룡의 위험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자산의 안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늘날 시장에 대한 실존적 위험이다.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인 켄 그리핀도 그 가능성을 인정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는 미국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이라는 인식과 떼어놓기 힘들다."

4월에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미친 듯이 매도했다. 이런 시장에서 헤지펀드의 역할은 특히 주목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2020년 3월처럼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채와 관련 선물계약 간의 미미한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규모가 크고 레버리지가 높다. 이런 트레이드 규모는 국채선물에 취한 매도 포지션의 명목가치로 약 1조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 연준이 국채 매입에 나섰던 것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는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시장혼란의 원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은행들의 국채 보유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데에 베팅했던 다른 고 레버리지 트레이드와는 반대 포지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러한 국채시장 움직임에 자금을 지원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은행들은 국채를 담보로 헤지펀드에 대출을 제공할 때 국채가치보다 더 많은 자금을 대는 ‘네거티브 헤어컷(negative haircut)’을 실행한다.

켄 그리핀은 당국이 그렇게 우려한다면 2퍼센트의 ‘포지티브 헤어컷(positive haircut)’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헤지펀드의 위험관리 역량을, 특히 예금보험과 정기적인 구제금융 혜택을 받는 은행시스템과 비교해서 우려하는 데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부의 전적인 신뢰와 신용이 없다면 시스템적 위험관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쓸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어느 누구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시타델의 경우라면 그럴 수도 있다. 시타델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자금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8~10개의 프라임 브로커에 의존하는 다른 대부분의 헤지펀드와는 달리, 전 세계 40개 이상의 기관 및 은행을 통해 포트폴리오 자금을 조달한다.

위험에 대한 우려는 헤지펀드가 커질수록 헤지펀드를 괴롭힐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원자재로 진출한 시타델처럼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켄 그리핀은 밀레니엄이나 포인트72처럼 사모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조심하고 있다며, 주식투자에 집중하고자 한다.

또 다른 선택지는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밀레니엄은 소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펀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데, 대부분 밀레니엄 투자팀을 분사시킨 곳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헤지펀드의 40퍼센트가 이런 식으로 외부 운용사에 시드 투자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슈퍼스타 멀티매니저 헤지펀드는 과연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규제당국과 업계 전체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또다른 금융위기가 올까?
최근의 이런 흐름은 금융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PE는 바이아웃에서 벗어나 대출과 생명보험으로 다각화를 이어갈 것이다. 헤지펀드는 계속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누릴 것이다. 은행에서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로 인재 유출은 계속될 것이다. 일부 월스트리트 세력이 기업들을 발가벗기려는 시도 역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암호화폐와 레버리지 ETF 열풍에 비하면 2021년의 밈 주식 열풍은 별 것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를 통한 투자자 보호보다는 시장의 게임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당국은 본능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를 줄이며 신흥 거물들을 압박할 것이다. 연준의 금융규제 관계자는 최근 규제로 인해 "근본적인 은행 업무가 은행시스템에서 규제가 덜한 금융시스템 영역으로 밀려났다"며 이러한 상황을 바꾸고자 한다. 전직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간의 경쟁을 1970년대 후반 채권시장과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자본시장의 성장으로 은행권이 겪었던 압력에 비유한다. 그러면서 당시 해결책은 은행들이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제완화는 이러한 변화를 멈추기보다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에 대한 감독과 자본 요건이 약화되면 은행은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에 지금보다 더 대출을 확대하면서 규제를 별로 받지 않는 공룡의 성장을 가속화하게 된다.

금융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종종 위기상황에서만 드러나는 약점을 조성하고 흐릿하게 만든다. 위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위험은 내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사모대출기관의 부실대출이나 대형 헤지펀드의 일탈이 그런 것들이다. 두 산업 모두 자산 규모가 우려할 정도로 크다. 5대 사모대출기관은 펀드와 보험사 전반에 걸쳐 1조9천억 달러의 대출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5대 멀티매니저 헤지펀드의 총자산은 엄청난 부채를 포함해 1조6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단기자금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실패할 경우 은행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악영향을 미친다. 일부는 대마불사가 되어, 대형은행처럼 시스템 기관으로 지정되어 규제당국의 감독을 강화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GE캐피털은 2013년에 이러한 지정을 받았다. 현재 산업 대기업의 대출 비즈니스와 가장 유사한 아폴로는 대출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시스템 기관이 될 수도 있다.

충격은 외부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 부실한 지역은행,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고평가된 기술주 모두 그런 것들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금융시장의 혼란을 조장하는 인물이 되었다. 관세혼란이 보여주었듯이, 미국 금융은 부패한 정치 상황에 취약하다. 미국 정부 부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다면, 월스트리트의 붕괴가 촉발될 수 있다. 높은 레버리지를 동원하는 헤지펀드는 이런 시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게 된다.

월스트리트는 외국인들을 현혹한다. 해외 정부들은 미국의 금융을 질투와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질투의 이유는 미국의 자본시장이 풍부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자국 기업들이 뉴욕 증시로 대거 이전하는 것을 저주한다. 유럽은 회원국들이 미국의 50개 주들처럼 재정적으로 통합되는 날을 갈망하지만, 절망적인 소망일 뿐이다.

해외 각국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미국 자산에 대한 노출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해외 상품에 지불하는 달러가 다시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되면서 해외투자자의 미국 자산 소유가 증가한다. 즉, 월스트리트의 붕괴는 전 세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도 우려된다. 금융위기 때 세계 경제가 붕괴되자 각국이 공조에 나섰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또다른 위기가 실제로 닥치면 미국 금융기관들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는 그 여파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i>(본 글은 The Economist의 ‘Financial giants are transforming Wall Street(2025년 5월)’를 번역한 것입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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