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1997년 한국에 이은 제2의 ‘K철강 메카’로 점찍어 투자한 중국 스테인리스강 자회사를 4000억원대에 매각했다. 중국 내 공급 과잉으로 적자가 지속되자 연매출 3조원의 그룹 내 최대 해외 자회사를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 매각 자금은 미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新)생산거점에 투입할 예정이다. 비주력·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사업 재편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7년 첫 중국 진출 당시 장자강포항불수강은 ‘중국의 작은 포스코’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철강 기술력이 낮았던 당시 중국에서 최초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세웠고 2006년엔 제강·열연·냉연까지 갖춘 중국 최초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로 키웠다.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꾸준히 내는 모범 사업장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산그룹과 세계 1위 철강회사인 바오산강철 등이 스테인리스강 시장에 뛰어들며 기술 격차를 줄였고, 현재는 중국 내 생산 능력이 수요의 1.5~1.7배에 달한다.

포스코그룹은 장자강포항불수강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약 3000억원의 적자를 내자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였다. 중국 경기 둔화로 건설 자재와 저장 탱크, 배관 등에 주로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시설 노후화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 추가 투자를 해도 이미 기술력이 밀려 살아남기 힘들단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신규 시장과 신사업에 투입한다. 현대제철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전기로 투자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등을 겪으면서 수요가 큰 시장에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떠오르는 시장인 인도에서도 철강회사 JSW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인도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지 생산 공장 건립엔 최소 조(兆) 단위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비주력·적자 사업 매각으로 마련하려는 것이다. 포스코는 또 이미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생산량 확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우섭/김진원/차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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