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대표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정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이 공동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내달 21일까지 국내 AI 기업 및 기관 중심의 정예팀(컨소시엄)을 모집해, 최대 5개팀을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된 팀은 GPU, 데이터, 인재 등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집중 지원받으며, 6개월 단위 단계평가를 통해 점진적으로 압축된다. 정부의 컨소시엄 평가 기준은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 국민 및 전문가 평가, 국내외 벤치마크, 한국어 성능 및 안전성 검증 등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글로벌 AI 강국이 주도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 맞서 한국 AI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범용 AI 모델을 개발해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범용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의 중요성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한다. 이 모델은 생성형 AI, 챗봇, 문서 요약, 번역, 이미지 생성 등 AI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되며,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업으로, 그 의의와 기대가 매우 크다. 이번 프로젝트의 유력 후보로 업계에서는 네이버, LG AI연구원, NC AI 등 국내 AI 선도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K-AI’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AI 모델의 위상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 출시와 산업 전 영역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AI 안전성 확보를 위해 AI안전연구소(K-ASIS)와의 협력, 공공영역 및 국방·안보 등 민감 분야의 활용도 계획에 포함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 AI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LG·NC에 특히 주목
네이버는 이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등 초대형 언어모델(LLM)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 기반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검색, 콘텐츠, 쇼핑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되어, 한국어 처리 성능과 실용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방대한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그리고 수많은 실제 서비스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특히, 네이버는 AI 기술을 오픈소스화하여 스타트업,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네이버가 선발되면 한국어 특화 AI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AI 서비스의 대중적 확산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네이버의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은 AI 모델의 실질적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EXAONE)’ 등 대규모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며, 산업 현장에 AI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LG AI연구원은 가전, 제조, 패션,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접목해 실제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고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최신 TV와 가전에는 LLM 기반의 AI 컨시어지, AI 챗봇, 맞춤형 화면·사운드 모드, 보이스 ID 등 AI 기능이 대거 탑재되어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Amazon SageMaker 등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모델 훈련 효율을 극대화했다. 엑사원은 30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멀티모달 모델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어, 패션·예술·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AI 활용을 선도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경우 산업별 AI 전환이 가속화되고,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LG AI연구원이 추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촉진해, AI 생태계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NC AI는 국내외 AI 업계에서 버티컬 AI 혁신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2월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새 출범한 NC AI는 게임·패션·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실제 상용화된 AI 솔루션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았다.
NC AI의 기술력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 ‘VARCO LLM(바르코 LLM)’에 있다. 바르코 LLM은 자체 구축한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에 NC AI만의 미세조정 기술을 더해, 한국어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바르코 LLM은 챗봇, QA, 자연어 생성, 자동 번역 등 한국어가 중요한 다양한 산업 현장에 최적화되어 있다.
2024년 9월 공개된 바르코 모델은 로직코리아(Logickor) 벤치마크에서 매개변수 100억 개 이하 동급 모델 중 1위를 기록했고, 추론·수학·글쓰기·코딩·문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성능을 입증했다. 2024년에는 다국어 지원 성능을 대폭 향상한 ‘바르코 LLM 2.0’을, 그리고 LLM 성능을 검증하는 평가모델 ‘VARCO Judge LLM’도 선보였다.
NC AI는 바르코 LLM을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오픈소스로 공개해, 스타트업·개발자·중소기업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역량은 산업별 맞춤형 AI 모델 개발과 빠른 현장 적용, 그리고 AI 생태계의 다양성과 실전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LLM 개발 경험을 갖춘 중소기업도 주요 후보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업스테이지, 코난테크놀로지 등 자체 LLM 개발 경험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주요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 ‘솔라’와 광학문자인식(OCR) 기반 문서 처리 기술 ‘다큐먼트 파스’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AI 100’에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파라미터 410억 개의 대규모 언어모델 ‘코난 LLM’을 개발해 문서 생성, 자동 도표 생성, 자동 요약, 참고문서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문서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도전은 대기업 중심의 AI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 전반의 AI 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라며 "기술주권 확보, AI 생태계 활성화, 인재 양성, 국민 AI 접근성 확대 등 국가적 효익이 극대화될 것이며 이는 ‘모두의 AI’ 시대를 여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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