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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악단에 숨결 불어넣은 마에스트로…"울산만의 하모니 만들 것"

입력 2025-07-10 16:59   수정 2025-07-11 01:45


사샤 괴첼은 조금 특이한 이력의 지휘자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튀르키예의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IPO)를 2009년부터 무려 11년간 이끌었다. 유럽 변방 악단은 괴첼을 만나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BBC프롬스 무대에 서고, 최고 권위의 독일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앨범을 낸 것. 그런 그가 지난 1월부터 울산에 살고 있다. 2027년 1월까지 2년간 울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은 괴첼을 지난달 열린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만났다. 그는 “울산에서 음악으로 중부 유럽 문화와 아시아 문화를 잇고 싶다”고 했다.


괴첼 감독은 악단 개발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지휘자로 꼽힌다. 그가 맡기 전 BIPO는 1999년 창설된 신설 악단 이미지가 강했다. 공연 티켓은 매진은커녕 60~70% 팔리는 정도였다. 괴첼 감독은 BIPO를 공연 대부분의 티켓이 매진되는 인기 악단으로 바꿔놨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에서도 공연해 인기를 끌었다. 괴첼 감독은 “BIPO는 제 정체성의 일부이자 지휘라는 예술로 만든 작품”이라며 “BIPO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제가 기여한 만큼 BIPO도 나를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해줬다”고 말했다.

괴첼 감독이 이스탄불에서 활약한 데엔 세계 각지 악단과 합을 맞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 지휘를 했다. 핀란드 쿠오피오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도 일했다. 현재 프랑스 루아르국립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괴첼 감독은 “문화가 달라지면 악단은 소리, 레퍼토리 접근 방식뿐 아니라 연주 중에 내는 침묵마저도 다르다”며 “지휘자도 장소에 따라 음악 해석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괴첼 감독이 울산시향에 오기로 결심 한 건 울산만이 가진 특색 때문이다. 괴첼 감독은 “울산은 유명한 산업 도시이면서도 문화적으로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흥미로웠다”며 “이 도시의 악단이 관객들과 접점을 늘려가며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표는 “울산시향이 한국을 대표할 정도로 독특한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괴첼 감독이 들려주려는 음악은 중부 유럽 레퍼토리다. 중부 유럽과 아시아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음악도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동양과 서양의 주제를 결합한 레퍼토리를 찾고 있다”며 “말러의 ‘대지의 노래’처럼 중국 한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그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레퍼토리를 늘리기 위해선 지역민이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을 악단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비발디가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한 ‘사계’를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노래가 나오지 않았겠어요? 2차 세계대전 이전엔 직선적이며 거친 해석이, 그 이후엔 부드럽고 인간적인 해석이 두드려지는 음악이 나왔죠. 사회만이 아니라 음악 청취자들도 쪼개지고 분열하기 시작한 시대죠. 관객들이 연주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연주자가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연주자가 지금의 시대정신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경주=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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