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정치 상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경제력을 지렛대 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타국에 본격적인 내정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세계를 경영하겠다”며 시작한 2기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넘어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의 현직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에게 보낸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직)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라며 그에 대한 재판은 “즉시 멈춰야 할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또 브라질에 50% 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이유가 “브라질의 자유 선거에 대한 교활한 공격과 미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신승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등에 난입했다. 2021년 1월 6일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것과 비슷하다. 브라질 검찰은 그가 룰라 대통령 암살, 군부 쿠데타 등을 계획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행동이 “국제적인 불명예”라고 비판하면서 선거부정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선거부정론이 SNS에서 확산하자 브라질 정부는 사회 혼란을 이유로 관련 계정 삭제를 요구했으나 X(옛 트위터)는 거절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작년 8월 한때 X 접속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본적 표현의 자유’를 관세 부과 이유로 함께 언급한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브라질이 무역법 301조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X를 통해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상호주의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또 “브라질은 주권 국가로 독립된 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누구의 통제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시장은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을 향한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 서한이 공개된 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3% 급락했다. 증시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주가지수 선물도 하락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도 5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CPAC 행사에서 반유럽연합(EU) 성향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상대 후보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극우 정치인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 위반’을 주장하며 개입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인도와의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달러화 대체 통화를 추진하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을 이유로 인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 변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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