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아이스크림, 주방세제, 김 같은 제품 겉포장의 화려한 색상. 컴퓨터 기술로 알아서 척척 뽑아내 입힐 것 같지만 실상은 수작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제조사의 깐깐한 요구를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이 다 맞추지 못해서다.동원그룹 계열 포장재·소재 기업 동원시스템즈의 김문기 인쇄명장(사진)은 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장인’으로 꼽힌다. 1986년 처음 일을 시작해 이 업(業)에 몸담은 지 올해로 40년째다. 김 명장은 지난 4일 “갈수록 까다로운 상품 디자이너들의 마음에 들려면 AI 기술로는 턱도 없다”며 “의외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장은 전남 강진 출신이다. 고교 시절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했다. 형의 권유로 서울 영등포의 상품 포장 인쇄공장에 취업했다. 1999년에는 동원의 충북 진천공장에 경력직으로 합류했다.
인쇄의 기본색은 검정, 빨강, 파랑, 노랑 등 네 가지다. 이 4색 동판이 포장지에 여러 번 그림을 찍어내며 새로운 색을 만들고 포장 디자인을 완성한다. 동원시스템즈의 가장 큰 고객은 제조기업 상품 디자이너들이다. 양반김 같은 동원 계열사 제품뿐 아니라 CJ제일제당, 농심 같은 다른 회사 제품의 포장 일감도 맡고 있다.
빨간색도 다 같은 빨간색이 아니다.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색감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는 “육안으로 느끼기 어려운 색감 차이까지 구현해 달라고 요청하는 까다로운 고객사가 많다”고 했다.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에탄 알코올 성분 기반 잉크를 사용하는 등 인쇄 공장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김 명장은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계속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전통산업인 인쇄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