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이어지는 밤샘 수확 작업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이 더 상하기 전에 수확하기 위해 야간 작업량을 늘렸다. 현장 관계자는 “폭염으로 강원도 전역의 농작물이 상해 가고 있어 수확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다”고 했다.

7월 초부터 40도에 육박하는 전국적 무더위와 가뭄이 겹치자 강원 고랭지 지역 농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횡성, 평창, 영월 등 강원 고랭지는 더운 여름철 국내 채소 공급을 책임지는 주요 생산지다. 이 지역 기온이 폭염 탓에 낮엔 35도 가까이 오르고, 밤에도 25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아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배추, 무, 양상추 등 주요 농작물이 속부터 녹아내리듯 썩기 시작했다.
폭염 탓에 채소 출하량이 줄자 도매가격이 치솟고 있다. 1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무 가격은 ㎏당 628원으로 전주 평균 대비 83% 급등했다. 대파(18.3%), 배추(16.2%)도 줄줄이 올랐다. 오이와 애호박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6%, 25.1% 상승했다.
과일 가격도 급등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수박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한 통에 2만6209원으로 전년 대비 27.2% 올랐다. 추석 전에 수확해야 할 복숭아, 포도 등의 피해도 크다. 폭염과 가뭄 탓에 생육이 더뎌지고 있다.
다음주엔 비 예보가 있어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폭염이 계속되다 14~15일엔 비가 올 것으로 예고됐는데, 오랜 가뭄으로 채소 속 수분이 줄어든 상황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면 채소가 물을 빠르게 흡수한다. 이른바 ‘꿀통’이라 부르는 과수분 상태가 되고 쉽게 물러진다. 한 가락시장 경매사는 “다음주부터 출하량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이 겹쳐 채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작물뿐 아니다. 수산물과 축산물도 비상이다.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고등어(국산 염장)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한 손 6877원으로 평년보다 73.6% 비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7.5% 급등했다. 주로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오징어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물오징어(원양·냉동)값은 한 마리에 4784원으로 평년 대비 22.4% 높다. 인기 횟감인 광어와 우럭은 지난해 폭염으로 집단폐사를 겪고 난 뒤 올해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광어 양식장들은 작년보다도 한 달 가까이 빨라진 폭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날 동해안에 고수온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고수온 예비특보는 수온이 25도에 이르거나 도달이 예상되는 해역에 발령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바다 해상 양식장에서 키우는 우럭이 지난해 많이 죽어 더 죽을 물고기도 없을 정도”라며 “고수온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출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란과 닭고기값도 상승세다. 오는 20일 초복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전날 기준 계란(특란) 30개 한 판 소매가격은 지난달보다 10%가량 오른 평균 7089원이다. 닭고기 도매가격도 1주일 새 14.3% 급등했다. 닭은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양계장들은 매일 집단폐사 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폭염 탓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정부는 공급 확대와 할인 행사 지원 등에 나섰다.
평창=고윤상/이광식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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