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집값이 내려올지를 봐야 합니다. 8월이면 그 부분(집값)이 해결돼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느냐,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집값 문제가 금리 인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 총재는 “작년 8월보다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가 빠르다”며 “당시엔 (금리 인하를) 한 번 쉰 후 ‘(집값이) 잡혔구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지난해 8월 당시 한은은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가계부채 급증세를 더 고려한 결정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아쉽다’는 언급이 나오고, 이 총재에겐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실기론’ 꼬리표가 붙었다.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작년 8월보다 지금 걱정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은은 다음 금통위(작년 10월) 때 금리를 내렸지만 이번엔 인하 시점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6·27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집값이 안 잡히면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2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거래량이 줄었다”며 “두 달 정도는 앞서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겠지만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지면 그 이후부터는 가계부채가 다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 조직 개편 시 한은이 비은행 부문 공동조사권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가 20년 넘게 줄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생긴 이유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제로 강하게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 정책이 유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수준도 8월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언급했다.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25%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한다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어 금융 안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려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굉장히 많이 떨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뿐 아니라 한국 기업 생산공장이 있는 국가의 관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선 성장과 금융 안정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세가 크게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안 잡히면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날 금통위 결과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요소가 많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경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많았지만 반대로 ‘집값만 안정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로 읽은 시장 참가자가 많았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포워드가이던스에서 네 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이런 평가에 영향을 줬다. 한 시장참가자는 “3개월 내 금리 인하 의견이 적어질 것으로 봤는데 5월 회의 때와 같은 숫자가 유지됐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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