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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인데…남산에 남아있다는 일본의 '이것'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입력 2025-08-16 11:00   수정 2025-08-18 09:18



"조선시대부터 일본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남산은 시각 지배에 아주 편리한 장소였습니다."

오지영 서울역사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는 "남산을 복원하고 해석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장소를 읽다, 장소를 가꾸다 '남산의 힘' 전시에서 '장소의 힘'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오 연구사를 만났다.

오 연구사는 대학에서 역사,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2010년부터 서울역사박물관의 학예사로 일하고 있다. 2015년 남산의 힘, 2016년 광통교 서화사, 2017년 바티칸박물관 국제전(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그중에서도 '남산의 힘' 전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에 의해 가장 많이 훼손된 남산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돌아보기 위한 전시였다. 남산은 일본 강점기 훨씬 전부터도 대규모 상징의식의 공간으로 활용됐다. 남산에는 옛 지명인 목면산을 딴 목면신사라는 곳이 있었다. 국사당으로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었다. 오 연구사는 "남산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고,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며 "신성한 국가 수호의 산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고종도 자주국방의 염원을 담은 장충단을 남산에 설치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묘지였다. 명성황후시해사건(1895년)과 임오군란·갑신정변 당시 순국한 충신들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러일전쟁 이후 남산은 점차 식민 통치의 상징으로 변화하게 된다. 남산으로 일본공사관이 옮겨왔고,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됐다. 황현은 매천야론에서 "남촌 50개 동 가운데 30개 동이 온통 일본인 촌이 됐다"고 적었다. 이후 통감부, 총독관저, 경성 헌병대까지 들어오면서 식민 통치를 보여주는 주요한 장소로 자리 잡았다. 오 연구사는 "총독관저는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한 장소로 일제는 이곳을 시정기념관으로 꾸며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일제는 남산을 그들의 공원으로 만들기도 했다. 한양공원, 장충단공원, 왜성대공원 등이 남산에 들어섰다. 오 연구사는 "식민 통치를 광고하는 관광 코스에 남산의 주요 명소가 포함됐다"며 "남산에 벚꽃이 많은 것도 일본인을 위한 위락 공간으로 남산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일제는 남산에 조선에서 가장 큰 신궁인 '조선신궁'을 세웠다. 일왕이 보낸 사람이 직접 와서 제사를 주재할 만큼 대표적인 식민지 신사였다. 오 연구사는 "일제는 조선신궁의 장소를 아주 신중하게 골랐는데 신성하고, 광활하고 높은 곳, 전망이 좋은 곳 등의 기준이 까다로웠다"며 "모든 곳에서 보이고 내선일체를 시각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남산이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이후에도 남산으로의 상징 이식은 계속됐다.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조선신궁 자리에 들어섰고, 516 군사정변 이후에는 반공을 교육하는 자유센터가 남산에 자리 잡았다. 이후 권력과 공포정치의 중앙정보부가 남산으로 이전하면서 남산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변화한다. 1990년대 들어 남산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커졌고, 이제는 다양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 연구사는 "네거티브 문화유산으로 남산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나 사회적 과오에서 비롯된 네거티브 문화유산은 시민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공론화되기도 전에 의도적으로 망각되거나 은폐, 왜곡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한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는 "통감관저 터를 찾았을 때 표석을 세우는 것에 대해 서울시와 시민단체 간 논란이 있었다"며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반영할 것인지 도시를 읽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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