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정부 간 관세 협상에서 ‘지도 국외 반출’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한국의 지도 국외 반출 금지는 관광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 국외 반출을 불허해온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13일 최 후보자가 지난해 공저 출간한 책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을 살펴본 결과 ‘자유여행을 가로막는 ICT-대한민국, ICT-갈라파고스 환경’이라는 소제목으로 지도 국외 반출 금지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이 책은 최 후보자를 비롯해 장수청 퍼듀대 호텔관광대 교수,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이수진 야놀자 대표, 배보찬 놀유니버스 공동대표 등 9명이 공저했다.
저자들은 “한국 관광의 많은 문제점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갈라파고스적인 정보기술(IT) 규제와 서비스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전 세계 관광객의 여행 필수 앱인 구글지도는 한국 내에서 정보 업데이트가 늦고, 위치 기반 서비스의 정확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과 한국 정부의 관련 협상을 설명한 뒤 “이러한 IT 관련 규제와 서비스 환경은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산업 육성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ICT 강국으로서 한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객에게 더 좋은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관광산업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정밀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 문제는 한·미 관세 협상 쟁점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공간정보관리법에 의해 1 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다.
구글은 ‘한국에서 길 안내를 제공하려면 상세한 지도가 필요하다’며 2007년부터 세 차례 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두 차례 불허했다. 정부가 제시한 ‘국내 물리적 서버 설치’ 대안은 구글이 거절했다. 현재 정부는 구글의 세 번째 지도 반출 요청을 심의 중이며 다음달 11일까지 답변해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이 지도 국외 반출 규제를 들면서 관세 협상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기존 정부 입장과 상반되는 의견을 책에서 밝힌 셈이다.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에서 최 후보자를 비롯한 저자들은 “한국 관광산업은 일본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한민국 관광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관광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은 일본 모델과 경제 성장과 더불어 관광산업이 일정 규모에 도달한 후 정체기를 맞이한 스페인 및 이탈리아 모델 사이의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분명한 점은 한국 관광산업이 아직 서유럽 국가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략적 접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 후보자는 책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주재 관광산업 전략회의 정례화,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합법화, 친환경 여행 활성화 등을 주장했다. 인바운드 관광객 연 5000만 명을 달성하면 정주 인구 약 92만 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는 추산이다. 최 후보자는 2023년 인터파크트리플 사명 변경 간담회에서 ‘2028년 인바운드 50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