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30%를 부과한 이유로 디지털서비스세(DST)와 부가가치세(VAT) 등 비관세 장벽을 들었다. EU는 디지털서비스세 등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부가세 등은 비관세 장벽으로 분류하기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부과한 30% 관세율은 오히려 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다. 앞서 베트남이 협상 내용과 다른 관세율(20%)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른바 ‘바주카포’로 불리는 극단적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SNS에 “유럽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그 어느 때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CI는 서비스, 외국인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 조달 등에 제한을 둘 수 있는 조치로, 강력한 무역 방어 수단이라는 점에서 ‘바주카포’라는 별명이 있다.
집행위원회와 EU 대사, 무역 관련 각국 장관은 13일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1차 보복 조치로 준비한 210억유로 상당에 대한 보복관세 외에 10% 기본관세, 자동차 관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 2차 조치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관세율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대상 품목에 적용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지금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USMCA 대상은 예외로 함으로써 실질적인 무관세 조치를 유지 중이다. 이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미국 기업을 위한 조치다.
앞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기자들에게 “USMCA는 (관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서는 이 부분이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기 어렵다.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아는 연 4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춘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한 K4 등 12만 대를 지난해 미국에 수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 중이다. 기업들은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율을 높이면 다른 지역으로 수출 물량을 돌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멕시코에서 만든 차량을 캐나다, 남미, 유럽 등 다른 곳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신정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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