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일대의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광산구가 이를 알고도 2년 넘게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구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을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71개 지점에서 심도별로 확보한 지하수 시료 657개 중 184개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도가 높은 지역을 5곳(Zone 1~5)으로 구분해 정밀히 조사했고, 1~3구역에서 기준치의 466배가 넘는 TCE와 284배 넘는 PCE가 각각 검출됐다.
TCE는 금속공업 부품 세정제, 접착제 첨가제, 페인트 제거제, 세정 용제, 농약 등에 사용되며 PCE는 드라이클리닝이나 금속부품 세정제 등에 이용된다.
검출된 두 가지 물질은 흡착이 적고 불연성 무색액체의 특성을 가진 유독성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염이 확인된 5개 구역은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 업체가 오래전부터 입주해 있어 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시켰을 개연성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일부 업체는 조사 당시까지 TCE, PCE를 세정용 유기용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염된 일부 지하수가 주거지역을 거쳐 풍영정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고, 보고서는 "오염물질이 주거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거 지역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용수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거나 오염된 지하수의 흐름을 차단해 추가 오염을 방지하고 오염 정화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광산구는 2023년 7월, 이 같은 결과 보고서를 받은 뒤 현재까지 2년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염 지하수 정화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오염 확산 방지대책은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즉시 조치해야 하고 정화가 완료될 때까지 지속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광산구 관계자는 "이 조사는 지하 30m 안팎에서 이뤄진 것인데 보통 지하수는 100m 정도 굴착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 중 하남산단 음용수는 없고, 수완지구에 있는 지하수 3곳은 수질 검사 결과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광산구 관계자의 해명에도 비판이 일자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공개 사과하고, 늦었지만 대응 계획을 내놨다.
박 청장은 15일 공개 사과문을 통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이 사실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하남산단 노동자와 인근 거주민에게 걱정을 안긴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조속히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인근 주거지역인 수완지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187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중 수질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지하수 검사 결과가 2년 넘게 묻힌 배경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문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처리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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